‘아니, 벌써 부츠를?’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트렌드리더 자격이 없는셈이다. 적어도 패션에 관한 한 계절구분은 케케묵은 과거의 유산으로 폐기처분된 지 오래다. 지난 여름부터 서울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울트라첨단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던 어그부츠가 가을문턱에서 선풍을 일으킬 조짐이다.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멀티슈즈숍 ABC마트. 요즘 어그부츠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곳 상품기획팀 박종만씨는 “피혁제품 비수기인 7,8월 한여름에도 거의 200여족이 조기품절될 정도로 인기였다. 최근에도 100족 들여왔는데 보름만에 매진됐고 현재 예약주문 고객만 3개 매장당30여명을 넘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어그부츠(UGG boots) 는 호주 특산물인 양털부츠를 말한다. 최고 품질의 양 한마리 분의 가죽으로 한 족만 만들어내는 고급부츠. 부드러운 양털이발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감싸줘서 호주에서는 사람들이 집 근처나 바닷가를 산책할 때 즐겨 신는 신발이다.
어그(UGG)는 이 양털부츠를 생산해내는 대표적인 업체의 회사명이자 브랜드이지만 현재는 일반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모양이 투박하고 못생겼다고 해서 ‘어글리(uglyㆍ못생긴)’를 줄인 ‘어그’라는 이름이 붙었다는설이 있으나 우스개일 뿐이고 실제로는 호주 원주민언어로 양털신발을 일컫던 ‘아지(aussig)’를 어그사가 브랜드화하면서 만들어낸 이름이다.
2년전부터 할리우드 패션리더들인 카메론 디아즈, 기네스 팰트로, 리즈 위더스푼 등이 미니스커트나 우아한 실크원피스에 매치해 신으면서 언밸런스한 매력으로 인기상품으로 급부상했다. 국내서는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변정수, ‘황태자의 첫사랑’의 성유리 등이 자주 신고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어그의 인기가 치솟자 국내 브랜드에서도 다투어 양털가죽 소재 부츠를 내놓고 있다. 랜드로바가 운영하는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에서천연 양털가죽 부츠를 출시했고 버팔로도 강남 금강제화 매장에서 제품을판매중이다. 가격은 국산제품은 14만~17만원대, 수입품은 29만원대. 온라인 슈즈쇼핑몰인 오마이슈즈(www.omyshoes.com)는 미국산 수입품을 단화 15만~16만원대, 부츠는20만~30만원대에 내놓고 있다.
어그의 매력은 투박한 외양과는 달리 청바지나 코듀로이 바지, 미니스커트, 우아한 원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에 강렬한 포인트 액센트를 준다는 것이다. 가장 무난하면서 궁합이 잘 맞는 아이템은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캐주얼하면서 섹시한 매력을 살리기에 좋다.좀 더 패션연출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그부츠 하나만으로 빈티지럭셔리 이미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종아리 길이의 고급스러운 실크소재 셔츠원피스에 느슨하게 벨트를 매고 어그부츠를 신으면 이종배합의 독특한 멋스러움이 살아난다.
어그부츠는 일반 가죽신발과 달리 색상이 옅고 양털이 보송보송하게 드러나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먼지나 오염물질은 솔로 부드럽게 문질러제거하고 오염이 심할 경우엔 신발전용 크림이나 일반 클렌징 크림을 스폰지나 천에 묻혀 살살 닦은 뒤 찬물로 깨끗하게 헹구고 그늘에서 말려준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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