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의 父情 美입양딸 찾아 이민*한국 오가며 수소문 끝 감격 상봉
“딸을 내 인생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려고 했지만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난 24일 미국 오클랜드 박물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한국입양인협회(AKA-SF) 주최 세미나에서 한 아버지의 고백이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을 가슴 가득 품고있던 입양인들의 마음을 녹였다.
주인공은 더블린에 사는 서성호(56)씨. 서씨는 세미나장에 나온 딸 하나(미국명 하나 토마스ㆍ29)씨를 가리키며 “입양시켰지만 그래도 사랑합니다. 그러나 한살 난 딸을 입양 보낸 것을 참회하고 사과합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서씨가 28년만에 다시 하나씨를 만나는 과정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하나씨가 태어난 직후 이혼한 서씨는 젖도 떼지 않은 생후 6개월의 딸을 75년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겼다. 아내와 함께 딸을 인생에서 지우기 위해 이름도 없이 단지 생년월일만 적어 보냈다.
이후 서씨는 재혼해 3남매를 두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이국 땅으로 보낸 피붙이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뉴스를 통해 영어밖에 모르는 입양인들이 다 자라서 부모를 찾고 있다는 사연을 본 후부터는 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서씨는 81년 딸을 다시 만나기 위해 미국 이민을 결심했다. 다행히 재혼한 부인도 서씨의 생각에 선뜻 동의해주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딸의 행적을 발견하지 못한 서씨는 5년 전 휴가를 내 한국으로 왔다. 그는 바로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 딸 소식을 물었으나 “정보가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미국으로 온 서씨는 당시 국가정보원에 근무하던 조카사위에게 수소문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하나씨가 유숙애라는 이름으로 인디애나주에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즈음 결혼해서 두 아이를 가진 하나씨도 부모를 찾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주 탬파 인근에 살고 있던 하나씨는 홀트아동복지회에 자신의 이름을 등록했고, 고교 웹사이트에도 부모를 찾는다는 내용을 띄웠는데 이 웹사이트로 아버지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서씨는 지난해 10월 3일, “딸을 찾고 있느냐”고 묻는 하나씨의 전화를 받았다. 이메일을 통해 받은 사진으로 딸이 틀림없다고 확신한 서씨는 바로 플로리다로 날아갔다. “처음에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던 딸이 DNA검사를 통해 혈육임이 확인되자 비로소 ‘대디’라고 부르더군요.”
올해 초 딸은 사위와 함께 서씨가 사는 플레즌튼으로 이주해왔고, 아버지가 근무하는 KNA 전자회사에 함께 입사해 이젠 장인과 딸, 그리고 사위가 매일 만날 수 있게 됐다.
/LA 미주본사=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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