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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우리가 살 곳은 미래

입력
200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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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많이 들으면 오래 산다는 속담대로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장수할 것이다. 노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욕설이 예사롭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인터넷이 노 대통령에게 권력을 쥐어주었지만 그 대신 욕과 비난의 채널역할을 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런 글을 올리는지를 노 대통령의참모들은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 쏟아지는 불만의 정도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요즘 택시 기사들은 묻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먹고 살기 어렵고, 그게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는 탓이라고비난하는 것을 많이 듣는다.

지난 여름 주말엔 서울 근교 산에 자주 갔는데, 나무 그늘 곳곳에서 들려오는 등산객들의 대화내용이 또한 정치 잘못한다는 대통령 험담 일색이었다

최고 권좌에 앉으면 욕을 바가지로 먹게 마련이다. 국민의 욕구를 모두 채워줄 전지전능한 대통령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금처럼 욕을 먹고 비난 받는대서야 나라가 제대로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 잘못된 것을 제대로 펴는 개혁 중이니 나라가 제 갈 길을 찾아가고있다고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는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실망과 불만과 불신을 느끼는 사람이 다수임을 말해주고있다.

세계화와 정보통신 혁명의 급속한 진행으로 직장과 사회가 전광석화처럼 변해가고 있다. 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적응하지 못한 회사와 조직이 여지없이 흔들리고 개인은 어찌 적응할지를 모른다.

일자리를 쫓겨나기 일쑤고, 남아있는 사람의 마음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다. 직업을 잃은 도시민이 농촌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농사를 포기한 농민을 받아줄 도시의 일자리도 사라졌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로 절박한 상태에 있다.

지금 겪는 대부분의 경제문제는 구조적이거나 전임 정부의 실책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러나 그 수습과 책임은 현정부가 져야 하며, 새로 다가올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등장하면서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경제적 환경이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미국의 대 테러정책은 세계를 긴장 속에 빠뜨리고국제유가가 날뛰는 등 냉전이 끝나면 안정되리라고 기대했던 세계질서는 더욱 혼돈 속으로 빠지고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이렇게 복합적인 불확실성속에서 나라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수 천년 역사상 지난 세기말 반짝했던 국운이 혜성처럼사라지고 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 지도자들이 방향타를 잡아 믿음직스럽게 안전한 뱃길로 안내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럴 의도가 있는지 모르지만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을 내 편과 네편으로 갈라 흑백논리로 정치를 이끌고 있다. 그럴만한 사안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게 정치의 모든 것은 아니지 않는가.

얼마 전 정부의 한 인사가 사석에서 노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대통령과 극우보수세력과의 대립의 근저에는 불인정의 상관관계가 있다. 보수세력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니 그 반작용이 나오는 게 아니냐”고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노 대통령이 잘해도 무조건 “밉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잘못해도 “옳다”고 말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안별로 대통령의 정책을 이성적으로 보려는 보통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시민이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흑백논리에 의해 소멸되고 있음을 절감한다.

인간은 미래에서 희망을 찾지 못할 때 행복과 안정을 찾을 수가 없다. 찰스 케터링이라는 미국인이 참 유용한 말을 남겼다. "나의 관심은 미래에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 내가 살 곳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자들은 국민이 일할 곳과 이를 지켜줄 탄탄한 국가를 만드는 일에가장 많이 마음을 써야 한다.

김수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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