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즌부터 숨가쁘게 영사기를 돌려왔던 극장가는 추석 연휴를 끝낸 지금에 와서야 한시름 놓는 것 같다. 지난 주 걸려 있던 영화는 15편 내외.4주차에 접어든 ‘가족’부터 한가위를 맞아 첫 선을 보인 ‘꽃피는 봄이오면’(사진)까지, 차례상 음식처럼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맞이 했다.
작년 추석 극장가가 같은 날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조폭 마누라 2’ ‘오! 브라더스’의 3파전에서 ‘오! 브러더스’의 뚝심이 최후의 왕좌 자리에 올랐다면, 올해는 시간차를 두고 개봉한 영화들이 희비쌍곡선을 그린 것이 특징. 그 궤적을 한 번 살펴보겠다.
올해 추석 시즌은 감각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유난히 많았다. 포문을 연 영화는 ‘가족’. 당초 목표인 전국 100만 명을 훌쩍 넘어 160만명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 영화의 성공은 한 가족의 가슴 울컥한 이야기를 절제된 방식으로 보여준 데 그 이유가 있다. 독특한 건 10대 관객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
그들이 ‘늑대의 유혹’이나 좋아할 줄 알았다면, 그건 오해다.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 오면’도 비슷한 맥락에서 순항중이다(첫 주 전국 45만 명). 특별한 순간이나 클라이맥스가 없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평범한 인간에 대한 소박한 애정의 시선이다. 이 영화는 인간 사이의 소소한 관계와 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인생에서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한 한 남자에게 ‘봄이 오는’ 시간의 흐름을 조용히 잡아낸다.
노장과 중견과 신인과 아역이 교향악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룬 캐스팅은 영화의 ‘좋은 느낌’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슈퍼스타 감사용’의 부진은 조금 의외다. 관객 만족도에선 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이 영화의 현재 스코어는 전국 63만 명. 전국 100만 명을 넘기기는 조금 힘들어 보인다.
웃음과 감동과 깔끔한 드라마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영화가 극장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건, 아마도 관객을 상영관 문 앞까지 끌어들이는 흡인력에서 문제가 있었던 듯하다. 입 소문을 통해 조금씩 저변이 확산되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이번 추석 극장가의 승자라면 ‘귀신이 산다’와 ‘연인’을 들 수 있다.현재 전국 200만 명 초읽기에 들어간 ‘귀신이 산다’는 코믹 호러라는 확실한 장르가 주효 했다.
차승원이라는 배우의 흥행성과 영화 코드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점도 무시하지 못할 부분. 작년 설 시즌에 ‘영웅’으로 흥행몰이를 했던 장이모 감독의 ‘연인’이 올해 추석을 마친 스코어는 전국 140만 명. 초반의 열광적 반응에 비하면 막판에 힘이 떨어지는 듯하지만, 화려한 스펙터클과 비주얼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돈 텔 파파’도 손익분기점(전국 80만 명)을 넘어섰다.
할리우드 영화는 작은 성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어느새 청룽(성룡)의약발도 다한 걸까? ‘80일간의 세계일주’는 56만 명 선에서 추석을 맞이했다. M. 나이트 샤말란의 ‘빌리지’는 34만 명, ‘맨 온 파이어’는 22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월간스크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