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가 울렸다. 28일 오전(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메인스타디움엔 두 번째로 태극기가 올랐다.아테네장애인올림픽 육상 남자 휠체어 200m 금메달이 홍석만(29)의 목에 걸렸다. 올림픽 첫 출전, 세계신기록(26초31)이다. 이틀 전 메인스타디움에 첫번째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한 주인공(남자 휠체어 100m) 역시 그였다. 대회 2관왕의 쾌거다.
예상치 못한 금메달이었다. 본인은 알고 있었다. 그는 “(레이스는) 나뿐 아니라 코치님, 동료 및 선후배와 함께 뛴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메달 획득보다 100m(금)와 400m(은)에서 기록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자신의 질주가 “휠체어육상 발전을 위해 앞서 내딛은 걸음”이길 바랬다.
3세 때 소아마비가 걸음을 앗아갔다. 휠체어 밖에 없었다. 달리고 싶었다. 휠체어육상을 해보고 싶었지만 경기용은 너무 비싸 일반 휠체어를 사용했다.
1995년 대구 일반휠체어마라톤에서 1등을 했다. 경기용휠체어를 기증받았다.
하지만 운동을 접어야 했다.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화가의 꿈도 포기하고 전산자격증을 따 고향 제주 서귀포장애인복지관에서 컴퓨터강사로 일했다. 가슴 한구석이 늘 허전했다.
2002년 다시 휠체어를 탔다. 그 해 부산아태장애인대회 400m 계주에서 2위를 했다.
퇴근 후 밤늦게 홀로 시내로 나와 운동장을 돌았다.어머니 양정자(59)씨는 “몸도 성치 않은 막둥이가 안쓰러워 발만 동동 구른 세월이었다”고 했다. 아들이 장한 일을 이룬 날 어머니는 “갑작스런 관심이 오히려 두렵다”고 했지만 막둥이는 “장비가 비싸 (운동을) 못하는 장애우들과 함께 베이징올림픽(2008)을 향해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9일 새벽 막을 내린 이번 대회에 13개 종목 123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육상 홍석만과 금 3, 은 1개를 추가한 탁구, 보치아(금) 종목의 선전에 힘입어 금 11, 은 11, 동 6개로 종합 16위를 차지했다. 종합 1위는 중국(금 63, 은 46, 동 32).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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