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승세 굳히기냐, 케리의 역전 기회냐. 11월 미 대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후보 토론이 30일 밤(한국 시각 31일 상오)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대학에서 시작된다.
정반대의 스타일을 가진 두 제자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도전자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첫 대면은 예일대의 저명한 웅변학 교수를 스승으로 두었던 두 제자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케리와 부시는 2년 터울을 두고 예일대의 웅변학 대가 고(故) 롤린 오스터와이즈 교수의 ‘미국 웅변사’를 수업했다.
같은 스승을 두었지만 두 후보는 토론 스타일에서부터 제스처와 얼굴 표정까지 완전히 딴판이다. 케리 후보는 예일대 토론팀의 스타답게 잘 다듬어진 토론가이다. 정책의 세세한 부분을 논리적으로 꿰가는 그의 화법은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드는 힘을 갖고 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말 실수가 잦고 논리적 일관성이 떨어지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직설적인 어투와 자신에 찬 제스처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때때로 질문을 완전히 무시하는 대답으로 자신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말솜씨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는 것도 부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외교ㆍ안보 분야 쟁점
1차토론의 주제는 외교ㆍ안보 분야. 두 후보는 미 공영방송 PBS 앵커 짐 레러의 사회로 90분간 토론을 벌인다. 무엇보다 이라크 상황이 악화하면서 두 후보는 전후 이라크 정책을 둘러싸고 치열한 설전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리 후보는 이라크 전쟁이 “대 테러 전쟁의 궤도를 이탈한 실패한 정책”임을 부각하면서 부시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몰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부시는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다”며 케리 후보는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라고 공격할것으로 예상된다.
누구에게 유리할까
AP통신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5%는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했으며 15%는 지지하는 후보는 있지만 다른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두 후보의 타깃은 바로 이렇게 흔들리는 유권자들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는 케리 후보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부동표를 확실하게 다잡겠다는 각오다. 표면적으로는 토론의 달인으로 통하는 케리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 선거에서 TV 공개토론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토론의 내용보다는 두 후보의 스타일이나 분위기에 좌우된다. 말솜씨가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유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2000년 대선 때 미국의 언론들은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의 ‘한숨’에 주목하는 비평을 내놓으면서 부시에게 반사이익을 안겼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폴 그루그먼은 “후보토론 평가는 드라마 비평이 될 것”이라며 “토론이 어떻게 진행되든 케이블 방송은 부시의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케리의 베트남전 참전게임 출시
존 케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베트남전 고속정장 참전 경험을 토대로 한 게임이 선보인다.
BBC방송은 28일 미국의 한 게임업체가 1969년 케리 소위가 고속정 3척을 지휘하며 베트남의 메콩강 유역에서 베트콩과 전투를 벌이는 내용의 ‘존케리와 고속정 PCF-94 용사’란 게임을 10월8일 온라인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케리의 참전 경험은 미국 대선의 주요 이슈 중 하나. ‘진실을 위한 고속정 참전용사들’이란 단체가 케리가 교전 중 다쳐 훈장을 받은 69년 2, 3월 전투에서 베트콩의 사격이 없었고 오히려 케리가 비무장 소년을 사살했다는 광고를 내 진위 논란을 불렀고, 케리의 지지율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게임을 만든 쿠마사는 “정치적 주장을 하자는 게 아니라 유권자에게 케리가 수행한 작전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단을 주자는 것”이라고 은근히 케리 편을 들었다. 이 게임엔 미 해군 공식기록을 토대로 케리 외에 무훈논란에 참여한 승무원들도 실명으로 등장한다.
이 회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주방위군 복무’게임 제작 여부에 대해선 “대답을 보류(deferment. 징병유예 뜻도 있음)하겠다”고 밝혀 베트남전 참전을 기피한 부시를 비꼬았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부시 '굳건한 리드'
미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일제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면서 굳건한 리드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해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51%의 지지를 얻어 45%의 지지를 얻은 케리 후보를 6% 포인트 앞섰다.
USA투데이-CNN방송 실시 조사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52%대 44%로 케리 후보를 눌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부시 대통령이 48%대 40%로 케리 후보를 따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지난달 말 공화당 전당 대회 직후 부시 후보가 10% 포인트 이상 케리 후보를 앞섰던 것에 비해서는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것이지만 견고한 우세를 나타내는 수치로는 부족하지 않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이번에 처음으로 경제 등 비 안보분야에서도 케리 후보보다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얻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케리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엄청난 물량의 광고 공세로 케리 후보를 공격해온 부시측의 선거운동이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케리 후보는 지도력 없는 흐리멍텅한 후보로 비쳐지는 반면 부시는 광고 문구처럼 단호한 지도자로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케리의 정체된 지지도는 케리 후보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며 “케리 후보가 이라크, 테러 등의 문제에 관해 부시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지만 ‘결정타’가 없다”고 지적했다.
케리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18%가량이 후보 TV 토론회를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밝힌 것에 주목하면서 지지율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