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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SBS를 흔드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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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SBS를 흔드는 '손'

입력
200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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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은 누구나 잡고 흔들 수 있다. 그 형태가 공영이든 민영이든.우리(국민)의 것인 ‘전파’를 빌려 쓰고 있으니까.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방송이 틈만 나면 ‘국민의 방송’ ‘시청자에게 신뢰 받는 방송’이고 싶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방송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재허가추천 심사에서 2차 의견청취 대상에 올라 논란에 휩싸인 민영방송이자 상업방송인 SBS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어떤가.

SBS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렇게들 말한다. SBS가 당초 취지대로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확대하거나, 방송사간 경쟁체제를 통한 프로그램의 품질향상에 기여하기보다는 시청률경쟁과 중복편성, 선정성과 오락성 강화 등으로 프로그램의 ‘저질화’를 주도했다. 아니면 방송의 사유화로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훼손했다.

물론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 우선 방송위원회 심의의결 통계만 봐도 SBS는 선정적이고 오락적이다. 올들어 8월 말까지 SBS TV는 24건의 제재(일반권고 이상)를 받았다. MBC TV의 16건, KBS TV의 13건에 비해 확실히 많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수신료를 받는 KBS와 시청률과 광고를 생명으로 하는 상업방송과의 단순비교 자체가 무리라고. 그렇더라도 선정성과 폭력성, 게다가 최근 심각한 병폐로 지적되는 노골적인 간접광고에서 SBS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상업방송이니 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공영방송보다 시청률에, 인기에 영합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 더 많은 광고수익을 올리려는 것을 무작정 비난만 할 수도 없다.문제는 이익의 사회환원. 물론 SBS는 광고매출액 중 KBS, EBS의 3.5%, MBC의 5.25%보다 높은 5.45%를 방송발전기금으로 내고 지금까지 장학재단에 350억원, 문화재단에 351억원을 출연했다. 그러나 새 사옥 마련(2,280억원), 고임금 등 자기식구 배불리기에 비하면 너무나 옹색하다.

독립성도 명쾌하지 않다. 대부분의 국민들, 심지어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성유보 방송위원까지 방송의 선정성, 상업성, 편성권 독립이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에서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지난 2월 윤세영 SBS 회장이 직접 선언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민영방송의 새로운 모델 제시’를 빨리 구체화했어야 했다.SBS노조의요구대로 사외이사와 시청자위원 추천방식의 변화, 중간평가제 등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장만 방송인으로 내세웠다고 ‘분리’가 이뤄졌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처럼 SBS에는 공공성과 공익성에 부족한 측면이 분명 있다. 그렇다고 어느 여당의원의 취중 발언처럼 ‘탄압’하거나, 일부 강경 론자들이 주장하는 ‘없애야 할 방송’은 아니다. 또 일부 보수언론과 여당의 주장처럼 아무 잘못도 없이, 정치적 이유로 ‘억울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SBS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SBS의 내부개혁 못지않게,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공정성이다. SBS의 긍정적 측면은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게 비판적이라고 불공정하다는 사람, 거꾸로 법에 따른 방송위원회의 재허가추천 심사를 ‘의도적인 탄압’이라고 왜곡하는 일부 보수언론과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한나라당, 모두 ‘건강한 시청자’와는 거리가 멀다.오죽하면 SBS 노조조차 “SBS 문제를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단하고,정략적으로 활용하는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칠까. 공정한 방송은 결국 공정한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이대현 문화부장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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