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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개혁 약속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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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개혁 약속 지켜라

입력
200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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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첫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다. 대의기제를 파탄상태로 끌고 갔던 16대 국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 주리라는 국민의 기대를 안고 17대 국회는 출범했다. 정당 구성의 혁신, 50%를 상회하는 초선 의원, 여성 의원의 대폭 증가 등 의정 활동의 면모를 일신해 주리라고 기대할 만한 요인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회와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저항이 지난 총선을 전후해 충분히 표출되고 또 확인된 바 있었기 때문에 17대 국회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 주리라고 기대되었다. 여야 정당들 모두 17대 국회 핵심과제로 국회개혁을 내걸었을 때 새 국회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허술하고 형식적인 결산 심의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정기국회는 그런대로 순항 중이다. 그러나 정치개혁과 국회개혁에 대한 정치인들의 약속만은 전혀 지켜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17대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국회개혁특별위원회를 이미 구성했다. 그러나 이 두 개혁특위는 지난 몇 달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정치개혁특위는 제대로 가동조차 된 적이 없고 국회개혁특위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전환시킬 것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만 있지 정작 핵심 개혁과제들은 논의조차 하려 하지 않고 있다.

16대 국회 말기에 의원들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떠밀려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에 대한 제한적인 개혁을 마지 못해 단행한 바 있다. 그 결과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고, 정치자금 입출금의 투명성이 대폭 강화되었다. 개혁은 미진했지만 그 긍정적 효과는 지난 총선에서 확인된 바 있었다.

그런데 지난 개혁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던 부분이 국회 개혁이었다. 대통령과 권부, 정당만이 아니라 국회 역시 한국 민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아온 개혁 대상이라는 것은 전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국회개혁의 실천 여부는 17대 국회의 바로미터이다. 개혁의 내용과 방향은 사실 명료하다. 의정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의원의 윤리성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특권을 제한하는 한편 국회의 입법 및 정부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인적, 조직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 등이 핵심 방향이다. 국회 내 각급 회의와 표결을 전면 공개하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활성화시키고, 국회의원의 면책 및 불체포 특권 제한을 검토하고, 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채택을 검토하는 방안 등이 주요 개혁의제이다.

자신들의 특권을 제한하고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실질적 제재를 강화하고 의정활동에 대한 감시의 폭을 확대하려는 개혁에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허나 그렇기 때문에 국회 개혁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국회개혁에 대한 약속을 국민과 정치인들이 아직은 완전히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개혁특위는 어쨌든 구성되어 있지 않은가. 또 올해를 넘기면 절반이 넘는 초선 의원들이 이미 국회의원의 특권에 익숙해져 버리게 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국회개혁에 소극적이거나 이를 반대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늘어날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국회개혁특위는 그럼에도 향후 의사일정조차 잡아 놓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의 약속이 또 다시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주요 개혁현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의 대립과 갈등은 치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특권을 비호하는 데는 철저하게 단합하고 담합한다. 이처럼 완강한 반동적 담합을 분쇄하지 못하면 국회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며 우리 대의민주주의는 결코 정상화되지 못할 것이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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