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공원 ‘독극물 음료 살인’의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공원에서 음료를 마시고 숨진 시민의 혈액과 위장에서 독극물이 검출되고, 대구시내 다른 공원에서도 음료를 마신 3명이 식중독을 일으킨 사실이 새로 드러나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대구 중부경찰서는 2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달성공원에서 숨진 전모(63)씨의 위 내용물과 주사바늘 자국이 있는 음료 용기에서 원예용 살충제인 메소밀 성분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또 지난 9일 오후 6시40분께 두류공원내 도서관 부근 벤치에 놓여있던 음료 4개를 이모(67)씨 등 청소 인부 3명이 나눠 마신 뒤 식중독 증세를 보인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에 따라 음료를 마신 뒤 이상 증세를 보인 사건이 달성공원에서 5일과 9일 각각 1명과 3명, 19일 1명, 두류공원에서 지난 9일 3명 등으로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모두 4건 8명에 이른다.
경찰은 달성공원에서 두 번째 사건이 발생한 지난 9일 낮 부부로 보이는 50대 남녀가 앉아있던 벤치에 문제의 음료가 놓여져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 일단 이들을 용의자로 보고 있다.
음료를 마시고 복통 등의 증세가 심해 한때 실신했던 김모(76ㆍ여)씨는 경찰에서 ”남녀가 떠난 벤치에 음료가 놓여 있기에 일행끼리 나눠 마셨으며 이후 사라진 여자가 다시 나타나 음료를 마신 것을 보고는 재빨리 등산로를 벗어나 비탈길을 내려갔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들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농약을 구입한 사실이 있는 지 등에 대해 대구시내 농약 판매점을 상대로 탐문수사에 들어갔다.
또 공원내 방역, 소독 관련 종사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는 한편 해당 음료 회사나 공원 노숙자, 노인 등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는데도 경찰은 농약성분이 확인된 이날에야 비로소 공조수사에 착수, 늑장수사를 비난이 일고 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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