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나라살림 첫 200조원 시대/내년 예산 어떻게 쓰이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나라살림 첫 200조원 시대/내년 예산 어떻게 쓰이나

입력
2004.09.25 00:00
0 0

정부는 24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서 우선 순위로 성장잠재력 확충, 삶의 질 향상, 지방분권·균형발전, 자주국방·남북협력, 행정서비스 혁신을 차례로 꼽았다. 한정된 재원을 성장과 분배에 적절하게 사용하려는 노력이 깃들여 있지만, 분배나 지방분권 등에 배정되는 예산이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재원보다 더 크게 늘어나 전체적으로 성장보다는 분배개선에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또 내년에 8년째 적자국채를 발행함에 따라 국가채무가 244조원으로 환란 당시인 1997년의 60조원에 비해 무려 4배로 늘어나게 돼 재정건전성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내년에는 3∼4%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데도 5%의 실질성장률 달성을 전제로 나라살림이 짜여졌다는 점에서 목표달성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분야별로는 지난해에 이어 사회복지 예산과 국방비 분야의 지출을 대폭 늘리고 산업·중소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지원을 축소한 것이 눈에 띈다.

사회복지 확충에 역점

사회복지 부문 예산은 4조6,000억원(14.4%) 늘어난 37조원으로 책정됐다. 증가율에서는 통일·외교분야 예산이 5,000억원(40.7%) 증가해 2위를 기록했지만 금액로는 가장 많이 늘어났다.

정부는 사회복지 예산을 늘려 복지의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먼저 기초생활 보장 수급대상자를 6만6,000명 확대하고 11세 이하 차상위 아동 17만3,000명에게 의료급여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복지증진과 함께 여성의 사회 참여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보육예산을 6,077억원으로 50% 늘린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도시가구 평균소득 미만 저소득층의 둘째 이상 자녀에 대한 보육료 지원제도도 신설돼 3만명이 월 3만∼6만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 또 노인 일자리 창출 규모도 2만5,000명에서 1만명 늘려 총 3만5,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교육·R& D, 성장잠재력 확충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교육과 연구개발(R& D) 예산도 대폭 늘어난다. 먼저 대학간 통폐합 등 대학구조개혁 촉진을 위해 1,000억원을 지원하고 지역혁신 클러스터의 한 축을 담당할 지방대학 육성에도 2,95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또 이공계 대학 활성화를 위해 무상장학금 지원 대상이 올해 1만1,000명에서 1만6,000명으로 늘어난다. 내년부터 담뱃값을 500원 인상해 마련되는 재원 중 3,800억원은 지방의 초·중등 교육비로 사용된다.

R&D에 대한 투자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이끌 미래 성장동력 부문에 집중된다. 생명공학기술(BT)과 나노기술(NT), 정보기술(IT) 등을 미래유망 신기술로 지정, 육성하고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기초연구 예산을 2007년까지 R& D 예산의 2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SOC 투자, 도로에서 철도·항만으로

도로 건설이 주축을 이뤘던 SOC 분야는 철도와 항만, 공항 등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도로율이 선진국 수준에 육박했고 동북아 물류중심 건설을 위해서는 철도와 항만, 공항에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동북아 물류중심 건설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2,273억원이 투입되는 것을 비롯해 부산신항과 광양항에 각각 4,482억원과 2,735억원이 투자된다. 1,100억원을 들여 전라선 복선화·전철화 사업에도 지원한다. 특히 서민의 발인 지하철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총 1조2,39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산업·중소기업 선별적 지원

산업·중소기업에 대한 전체 예산은 1.6% 감소했지만 금융지원을 제외하면 6.1% 늘어났다. 외환위기 이후 신용보증 등 금융지원이 과도하게 이뤄진 만큼 이를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해 나갈 방침이다. 외국에 비해 기술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품소재 기술개발에 272억원을 늘려 총 1,6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중소기업 작업환경 개선사업에도 21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기금 주식투자 5조5,000억원

내년 57개 기금의 운용규모는 올해보다 7.3% 증가한 320조원 수준이다. 여기서 회계·기금간 내부거래와 여유자금 운용 등을 제외한 실제 사업비는 69조2,000억원, 재정활동과 직접 관련되는 37개 사업성기금의 사업비는 올해보다 7.4% 증가한 25조3,000억원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는 5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잔액기준으로는 12조8,000억원으로 1조7,000억 증가한다. SOC투자는 6,000억원으로 지금까지 투자된 4,848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서민주거 여건 개선과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장기공공임대주택 15만호 건설에 4조3,000억원이 지원되고 중소기업 자금애로 및 경영구조개선에 3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 이색 사업들

서커스 상설공연장과 아카데미 설립, 탈북자 청소년 학교 운영, 검찰내 여성전용 조사실 신설, 황우석연구소 설치, 발해 유적지 발굴…. 정부가 내년도 예산이나 기금을 투입해 추진할 사업 중 눈에 띄는 '이색 사업'들이 많다.

●서커스 관광 상품화

경기 부천시 원미구 유원부지에 서커스 상설공연장과 서커스인력 양성을 맡게 될 서커스 아카데미가 설립된다. 공연장은 지상, 공중, 동물곡예가 가능하게 3,400평에 1,200석 규모로 만들어지며 동춘엔터테인먼트가 시행주체가 된다. 당장 100개의 서커스학교를 보유한 중국 등 서커스 강국에는 못 미치겠지만 겨우 명맥만 잇고 있는 우리 전통 서커스를 육성, 관광 상품화한다는 취지다.

●검찰 내 여성전용조사실 설치

수사과정에서 여성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 6개 지검에 여성전용 조사실이 설치된다. 진술장면을 녹음·녹화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진다.

●영장류 실험실까지 설립

내년중 서울대 수의대 연구동에 '황우석 연구소'가 설립되고 연구소 내에는 원숭이 등 영장류 실험실까지 갖춰진다. 이를 포함해 무균 미니복제돼지 사육시설, 복제소 실험목장, 줄기세포 연구비 등 황 교수에 대한 과학기술진흥기금의 지원액은 올해 65억원에서 내년 265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소외계층 대상 예술치료 도입

장애인과 노인, 재소자 등 특수 소외계층의 문화적 감수성 개발로 사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예술치료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내년에는 안산 소년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예술치료 전문강사가 음악과 미술을 활용한 심리치료 등을 실시한다.

●고구려사 왜곡 대응…발해유적 발굴

발해시대 무인의 유골이 발견된 러시아 연해주 체르냐치노 지역의 발해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학술조사가 추진된다. 발해사를 올바로 규명하고 발해와 고구려 사이의 유사성을 확인,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증적 자료를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전통문화학교가 추진하는 이번 사업에는 1억1,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e-사이언스' 구축

초고속연구망과 웹을 연계, 언제 어디서나 슈퍼컴퓨터와 첨단실험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연구개발(R& D) 인프라가 조성된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집에 앉아서도 인터넷을 통해 소백산 천문대 천체망원경으로 찍은 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된다.

●탈북자 청소년 학교 운영

북한이탈 청소년의 남한사회 부적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9월 탈북자 청소년학교가 설립된다.

남대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