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 진품명품 / 장세현 글현암사 발행/1만2,000원
미술 교양서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작품을 보여주면서 감상법을 일러주고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나 작가의 삶을 소개하는 책들이다. 모든 예술이 그렇겠지만 미술작품도 제대로 보려면 마음의 눈으로 읽어야 한다.‘우리 그림 진품명품’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그런 심미안을 틔워주려고 씌어진 책이다. 원시시대 암각화부터 구구려 고분벽화, 고려시대 불교미술, 조선시대 화가들의 산수화와 풍속화, 그리고 근대 미술의 개척자 이중섭에 이르기까지 우리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그림 70 여점을 골라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그림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뜯어보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무엇을 왜 그렇게 그린 것일까,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일까, 화가는 어떤 인물이었으며 그가 살던 시대는 어떠했을까 등등 궁금증을 자아내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설명을 이어간다. 그림 뿐 아니라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의 역사와 문화, 사회 풍경을 좌르르 펼쳐보인다.원시인들이 바위에 새긴 경남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에 잔뜩 그려진 동물,특히 다양한 종류의 고래를 놓고 원시시대 고래 사냥의 비밀을 풀어본다든지, 고려시대 학자 익제 이제현이 그린 ‘기마도강도’(말 타고 강 건너는그림)의 쓸쓸함에서 원의 지배를 받던 당시 고려 지식인의 우울한 심경을 읽는다든지 하는 식이다.
각각의 꼭지 끝에 붙어있는 ‘그림 속+그림 밖 이야기’ 코너가 전하는 정보도 짭짤하다. 원시인들은 왜 바위에 그림을 새겼을까, 고구려 고분벽화‘사신도’의 네 가지 신성한 동물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조선시대 도화서(그림 그리는 일을 담당하던 관청) 화가들은 무슨 일을 했을까 같은 호기심 어린 주제도 다루고, 원의 공주를 아내로 맞아 몹시 사랑했던 고려 공민왕의 비참한 죽음과 그가 남긴 그림 이야기, 식물과 곤충을 즐겨 그렸던 신사임당과 아들 율곡 이이 이야기처럼 인물과 역사 이야기도 넉넉하다.화가마다 그림마다 이야기도 많고 수수께끼도 참 많구나 싶다. 그걸 알고나면, 그동안 무심코 보아 넘기던 우리 옛 그림이 예전과 달리 눈에 들어올 터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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