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설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급기야 아야드 알라드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가 부시 대통령의 ‘원군’으로 미국을 방문하면서 케리 후보측의 공세는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부시 대통령과 알라위 총리는 23일 백악관에서 회담한 뒤 로즈가든에서 “이라크 총선은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라크 땅에서 자살폭탄공격과 참수, 폭력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나온 합창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세계의 TV 세트는 아직 이라크 내 폭력 행위를 보여주고 있지만 아이들은 학교로 가고 부모들은 직장으로 돌아가며 새로운 사업들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알라위 총리는 “이라크 내 18개 주 중 14~15개 주가 완전한 안전지대”라며 “단지 3,4개 주에 나라의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히는 한 줌의 테러리스트가 있을 뿐”이라고 화답했다.
5월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로 임명된 알라위는 이라크의 미군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미국인 참수 사건이 잇달아 터지는 데다 1월 총선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무엇보다 미 대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에 알라위 총리와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 자체가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알라위 총리는 로즈가든에 나타나기 2시간 전 미 의회 연설에서 “나는 오늘 폭력과 부패와 탐욕의 어둔 시절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국가의 총리로서 여기에 서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연설의 주조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과 닮았다고 분석했다.
케리 후보는 즉각 부시와 알라위의 낙관론을 현실에 대한 왜곡이라고 깎아 내렸다. 케리 후보는 오하이오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알라위 총리의 연설은 ‘이라크에 테러리스트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 며칠 전의 말과 모순된다”며 “알라위 총리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정책이 잘 되고 있다고 하지만 CIA 평가 보고서나 미군 상황은 다를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 “현재처럼 폭력이 난무한 상황에서 이라크 전역에서 선거를 실시할 수 없다”며 “선거를 강행할 경우 이라크 국토의 4분의 3이나 5분의 4 지역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으며 불완전한 선거라도 선거를 아예 치르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WP "케리 오락가락 비난은 억울"
미 대선 후보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상원의원 중 누가 더 자주 입장을 바꾸고 있는가.
‘이랬다 저랬다(Flip-flop)’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런 비판은 케리 후보가 뒤집어쓰고 있다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4년간 대기오염 규제 방법이나 동성결혼, 국토안보부창설, 자유무역, 9ㆍ11조사위 구성과 증언 문제 등에 대해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공화당과 부시 선거팀이 지난 봄부터 케리를 일관성이 부족한 인물이라고 집중 공격하면서 부시의 입장 변화는 덜 의심받고 있지 않지만 케리에게는 ‘못믿을 사람’의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대중의 인식이 고착되면 유권자들은 선거의 모든 일화를 그런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된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말했다.
지난주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53%는 케리가 ‘마음을 너무 자주 바꾼다’고 대답했다.
이 점 때문에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부시의 선거팀은 TV 광고를 통해 케리에 대한 고착된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환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22일부터 방영되는 광고는 케리 후보가 윈드 서핑을 하면서 방향을 바꿀 때마다 ‘찬성’ ‘반대’등 글자를 보여주고 있다. 광고는 배경음악으로 요한 스트라우스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이라는 왈츠곡을 깔고 케리가 이라크, 건강보험, 교육 등의 문제에서 ‘바람이 부는대로’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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