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4일 발표한 김선일씨 피랍ㆍ피살 사건 감사 결과는 극히 실망스럽다.감사원은 알 자지라 방송의 보도로 김씨의 피랍 사실이 알려진 6월21일까지 정부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최종 판단, 외교통상부에 면죄부를 주었다.‘재외국민 안전보호조치 태만’을 이유로 외교부가 임홍재 주 이라크 대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자체 결정하도록 한 것, AP통신 서울지국의 김씨 실종 문의 전화를 받은 정우진 외무관에 대해 징계를 요구한 것 등은 원칙적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가나무역에 대한 지적도 흐리멍덩하다. 김천호 사장이 ‘직원에 대한 테러 위험성이 높다’는 주 이라크 한국 대사관의 경고를 받고도 직원을 위험지역에 보낸 문제점을 든 것이나 가나무역의 자체 구명 협상이 애초부터 실효성이 희박했다는 지적 모두 결과론적 해석일 뿐 정확한 경과 규명과는 거리가 멀다. ‘왜 그랬을까’에 대한 아무런 답이 없다.
우리는 김씨 피살 사건 이후 두 가지를 꾸준히 주문해 왔다. 하나는 가나무역과 미국 민간 군수지원업체인 KBR과의 관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점, 또 하나는 그런 관계가 가나무역은 물론 한국 정부의 김씨피랍 관련 정보 획득ㆍ처리 과정에 혹시라도 모종의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파헤쳐야 한다는 점이었다.감사원의 최종 판단에서는 이 두 가지 주문에 대한 어떤 해답도 찾아 볼 수 없다. 애초에 그런 노력을 기울이기나 했는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의 처참한 죽음을 부른 사건은 대사관의 경고를 무시하고 ‘일 욕심에 겁 없이’ 직원을 위험지역에 파견한’ 회사, ‘운이 나빠서’ 테러조직에 붙잡힌 김씨라는 구도로 간단히 정리돼 버린다.이런 설명을 위해 몇 달 간의 감사를 벌인 것이라면 국민의 실소를 피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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