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한나라당의 모습은 실망스럽다.수도이전을 반대한다면서 대안 제시를 위해 열린 의원총회의 결론 아닌 결론이 고작 반대 입장의 재확인이었다고 하니, 이건 정책야당으로서 자세도 실력도 돼 있지 못하다는 점을 자인한 부끄러운 장면이다.정권에 대한 비판과 견제, 나아가 집권세력을 자임하려는 정당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어디서 희망을 찾겠는가.총회에 붙인 대안의 내용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다음 문제다. 수도이전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부당하다고 외치면서 여론과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대안을 내놓겠다고 한 것은 공당의 책임이자 약속이었다. 그래서 열린 회의가 몇 몇 이견에 부딪쳐 지리멸렬하고 말았으니 그 동안 지도부가 한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야당이 하는 일은 무엇인지 의문과 회의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수도이전에 대한 한나라당의 당론을 요구하는 것은 그 것이 국가적 대사에 대한 논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나라와 국민이 이 문제를 놓고 혼란에 빠져 있고 정부 여당의 추진 방식이 잘못됐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인 상황에서 그 책임은 집권당만 짊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한 야당의 지위는 정권 비난만 능사인 양 행동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정권획득을 목표로 내거는 정당의 간판을 계속 인정 받고 싶다면 어떤 문제보다도 수도이전과 같은 제1의 국정현안에 자기의 목소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집권당의 지지가 저조하다고 그 반대 세력이 자동적으로 야당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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