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2일 유엔총회에서 “일본은 국제평화와 안전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의사와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같은 날 독일과 인도, 브라질도 상임이사국 진출의사를 밝히고 4개국 공동성명을 통해 상호 지원을 다짐했다. 이들 4국의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는 오랫동안 거론돼 온 포괄적 유엔 체제 개편의 일환이다. 1945년에 출범한 유엔이 60년 가까운 세월이 경과하는 동안 크게 변한 국제정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논의다.
유엔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물밑 공감대는 널리 형성됐지만 막상 개별 국가의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가 되면 갈등양상을 보이는 게 국제 현실이다. 독일에 대해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인도에 대해서는 파키스탄이, 브라질에 대해서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가 각각 반대하고 있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쥐고 있는 중국이 강한 반대를 표한 바 있다.
이런 주변국의 불편한 심사와 복잡한 이해관계로 보아 안보리 개편 문제가 올 유엔 총회에서 결론을 맺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유엔의 중기 과제로 남을 것이고, 4개국의 의사 표명도 우선은 그것이 목적일 것이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의사에 대한 국내 반응은 확연하다. 모처럼 좌우와 보혁이 입을 모아 국민감정에 기초한 불쾌감과 ‘도덕적’ 불신감을 표하고 있다. 식민지 피지배 역사 경험과 일본의 역사청산 의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그러나 안보리 개편이 가시화하면 일본만 따로 떼어 논의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일본만 따로 떼어 놓고 볼 때도 우리 국민의 시각과 국제사회의 시각은 적지 않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웃나라 특유의 정서적 판단에 매달리는 데 머물지 말고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여부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 한국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냉철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본의 역사반성도 상임이사국 진출과 관련하여 논의되어야 할 요소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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