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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김영진과 추석 극장가기-'꽃피는 봄이 오면' 등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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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김영진과 추석 극장가기-'꽃피는 봄이 오면' 등 8편

입력
2004.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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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보이’에서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기교는 다 보여준 것같은 이 시대의 연기파 배우 최민식은 신작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심심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때까지 과시적이고 극적인 인물을 주로 맡았던 최민식이 쉬어가는 기분으로 연기하는 듯한 이 영화의 분위기 자체도 편안하고 착하고, 그래서 밉지 않다. 한 탄광촌 시골학교에 부임한 교사가 관악부 아이들을 지도하는 내용의 이 영화는친구가 건네는 사소한 농담처럼 일상의 잔재미를 환기시키며 문득 포근한결말에 이른다.‘수퍼스타 감사용’은 프로야구 초창기에 삼미 슈퍼스타즈 구단의 패전처리 전문투수였던 감사용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1등의 승리보다 때로 2등의 패배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지당한 말씀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소재와 주제지만 스포츠 영화와 코미디 호흡을 절충한 선택이 최선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명절에 가족이 함께 감상하며 음미할 수 있는 ‘사극영화’로는 준수한 완성도를 갖고 있다.

‘귀신이 산다’는 코미디영화 전문감독인 김상진의 다소 바뀐 노선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코미디이되, 혼성 장르의 성격이 훨씬 강해졌다. 마음먹고 새로 집을 샀더니 거기 원래 주인이 버티고 강짜를 부리더라는, 그런데 그녀가 귀신이라는 웃기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코믹호러로 출발했다가 멜로드라마로 드라마의 물살을 바꾸는 호흡으로 전개된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밀고 나가는 이 영화에 장착된 코미디 엔진의 힘은 상당부분 주연배우 차승원의 몸짓과 표정에서 나온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족’도 계속 입소문을 타며 관객을 모으고 있다.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와 인생의 초입 길을 잘 못 들어선 비행소녀 출신의 딸이 벌이는 이 최루성 영화에 감동할 수 있다면, 그건 아버지에게 뭔가 잘못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이 땅의 딸들이 스크린을 통해 행하고 싶은 고백성사 욕구 때문이다.

유괴를 소재로 한 영화 ‘맨 온 파이어’는 혀를 내두르게 할만한 액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시선을 잡는다. 덴젤 워싱턴의 연기야 늘 보증수표같은 것이지만, ‘아이 엠 샘’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의 연기력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배우들의 매력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사이에 당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인 토니 스코트 감독과 ‘스워드 피쉬’를 찍은 촬영감독 폴 카메론은 영화의 배경인 멕시코시티의 속내를 정교하게 포착한다. '멕시코시티에 영화를 바친다'는 마지막 자막이 허튼소리가아니다.

‘식스 센스’의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빌리지’는 심리 공포를 연출하는 데 탁월한 장인 샤말란의 기량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숲으로 둘러싸인 코빙톤 우즈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이 영화에서 진짜 괴물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에 있다. 샤말란의 영화에서 늘 기대하게 되는 반전효과에 대한 강박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측면도있지만, 겉으로 요란하지 않게 은근히 관객의 마음을 적시는 공포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무엇보다 영화 속 공간에 낯선 감정을 깔아놓는 솜씨가 신중하고 정교해서 물 흐르듯이 공포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노브레인 레이스’는 ‘총알탄 사나이’류의 넌센스 패러디 코미디로 90년대 초반 유행을 일으킨 제리 주커 감독의 신작이다. 한 카지노 재벌이 도박에 미친 갑부들과 함께 200만 달러를 걸고 게임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먼저 목적지에 도착해 거액을 차지하려는 인간들의 기상천외한 레이스를 다루고 있다. 요절복통할 수준은 아니지만, 욕설과 폭력 없이 오로지 엉뚱하고 희한한 상황을 늘어놓으며 웃음을 끌어낸다.

‘스텝포드 와이프’는 아이아 레빈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이미 한차례 캐서린 로스가 주연한 텔레비전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사람들이 어딘가 모르게 좀 기이한 한 마을의 비밀을 밝혀가는 원작의 섬뜩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 영화는 발랄한 웃음이 있는 동화 같은 분위기로 포장된다. 니콜 키드먼과 배트 미들러의 보증할 만한 매력이 구경거리지만 결말의 여운에 찰기가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다.

1940년에 출간된 만화 ‘배트맨’의 한 캐릭터인 고양이를 영화로 불러낸‘캣우먼’은 할리 베리의 매력을 선정적으로 포장한 액션 영화다. 유일한 볼거리인 할리 베리와 샤론 스톤의 육체적 면면에 집중하느라 정작 영화는 예상할 수 있는 전개와 결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게 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따지는 것도 머쓱한, 머리 쓸 이유가 전혀 없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오락 영화다.

김영진/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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