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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인질 잇단 살해…지구촌 '경악'/"수감 여성 석방 안하면 영국인도 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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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인질 잇단 살해…지구촌 '경악'/"수감 여성 석방 안하면 영국인도 참수"

입력
2004.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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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장세력의 잇따른 인질 참수 소식에 전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무참히 희생된 인질 중에는 여성들까지 포함돼 있어 무장세력들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살육을 저지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22일 이슬람의 한 웹사이트에는 이라크 무장단체 ‘유일신과 성전’에 의해 납치된 영국인 케네스 비글리(62)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앞서 참수된 인질들처럼 오렌지색 옷차림을 한 그는 “죽고 싶지 않다. 블레어 총리,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내를 다시 볼 수 있도록 해달라”며 처절하게 절규했다.그와 함께 납치됐던 유진 암스트롱과 잭 헨슬리 등 미국인 인질 2명은 요구시한이 지나자 먼저 참수됐다.

영국 정부는 인질과 가족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비글리도 참수될 가능성이 크다.

무장세력은 아부 그라이브와 움 알 카스르 교도소에 수감된 모든 이라크 여성을 석방하라는 것을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수감된 이라크 여성이 얼마나 되는 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미국은 “두 명의 여성 세균학자 외에 수감된 이라크 여성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무장세력이 두 여성 과학자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설령 그렇더라도 미국은 테러집단과의 협상 불가 원칙에다 이들을 대량살상무기 의혹을 규명할 핵심인물로 보고 있어 풀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라크 임시정부가 22일 이들 중 타하를 석방할 수 있다는 언질을 내비쳤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이라크에서 어린이 자선활동을 벌이던 20대 이탈리아 여성 2명도 자칭 ‘지하드 조직’이라는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과거 일본 여성이 한때 납치된 적은 있었으나 서방 여성 인질이 정치적 이유로 무장 조직들에게 살해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이탈리아 정부에 “이라크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자 이들을 살해했다.이라크 무장세력들은 저항공격의 한 전략으로 인질 참수극을 벌여왔다. 이들에 의해 참수된 인질은 5월 이후 30여명에 이르고 있어 아직도 100여명이 무장조직에 의해 납치, 억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테러단체가 석방 요구한 여성은

이라크 무장단체 ‘유일신과 성전’이 이라크 내 여성포로의 전원석방을 요구한 가운데 미국측이 “구금 중인 이라크 여성은 2명뿐”이라고 밝혀 이들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두 여성은 리하브 라시드 타하와 후다 마흐디 아마쉬로 각각 ‘세균박사(Dr. Germ)’와 ‘미세스 탄저균(Mrs. Anthrax)’이라는 별명을 가진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후세인 정권에서 생물학전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하는 영국에서 식물 질병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5년까지 이라크 비밀연구소인 알 하킴 생물학연구소에서 세균전을 연구했다.

그는 91년 걸프전 이후 유엔의 이라크 무기사찰에 반발, 탄저균과 보툴리누스균(치명적인 식중독균) 병원체를 개발했다. 핵심수배자 55명에는 빠져 있었지만, 대량살상무기(WMD) 정보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집요한 추적에 손을 들고 지난해 5월 자수했다.

아마쉬는 후세인 정권 때 이라크 사령부 18명 위원 중 유일한 여성으로 수배자 55명 중 53위에 올라있었다. 83년 미국에서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걸프전 이후부터 이라크 생물학무기 시설 재건을 진두 지휘했다.

그는 96년 생물학 무기개발을 주도한 이라크 미생물학회의 회장을 지내다 정권 몰락 후 바그다드에서 체포됐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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