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은 곧 사라집니다. 문제는 이미 주택가로 파고든 향락산업이지요.”성매매특별법 단속 첫날인 23일 밤 우리나라 대표적 집창촌 중 하나인 대구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단속 탓 인지 대부분 불이 꺼진 홍등가를 순찰하던 대구중부경찰서 달성지구대 정혜선(29ㆍ경감ㆍ경찰대 13기) 대장은 “자갈마당도 결국 사라지겠지만 향락산업의 뿌리를 뽑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01년 2월부터 1년6개월여동안 ‘미아리텍사스’를 관할하는 서울 종암경찰서 월곡파출소장도 지낸 처녀 경찰관. “어쩌다 국내 3대 집창촌중 2곳이나 맡게 되면서 성매매 근절이 최고의 숙제가 됐다”는 그는 최근에도 선불금에 묶여 성매매를 해야했던 3명을 구출, 성매매 해결사로 통한다.
올 2월 달성지구대장으로 부임한 그는 “올초 자갈마당에는 63개 업소에 350여명의 성매매 여성이 일했지만 이리저리 흩어지고 지금은 50개 업소에 300여명만 남아있다”며 취객들의 발길조차 뚝 끊긴 자갈마당을 빠져 나왔다.
자갈마당에서 10여m 떨어진 달성지구대에서 그는 “자갈마당이 한창일 때는 업주 1명당 매일 1,000만∼2,000만원을 인근 대구은행 달성동지점에 입금하는 등 성황을 누렸지만 올 7월에는 이 은행이 인근 대신동지점으로 통폐합될 정도로 쇠퇴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정작 그가 걱정하는 것은 집창촌이 아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주택가에서 성(性)을 살 정도”라는 그는 “안마시술소와 퇴폐 이발소, 보도방 등 무늬만 바꾼 성매매업소가 판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역사속의 매춘부’ 등 성매매 여성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한 그는 ”스웨덴에서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법을 시행한 후성매매 여성이 대폭 줄어든 것을 볼 때 성매매 특별법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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