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얼굴마담으로 보는 것이냐?"한나라당의 간판이 된지 23일로 6개월을 맞이한 박근혜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자신의 "국가보안법 대폭 개정" 발언을 '돌출'로 보는 시각에 대한 반박이지만, 뒤집어보면 박 대표 체제가 내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독한 카리스마' 박 대표 리더십이 최근 동요하고 있다. 행정수도이전 당론 채택 실패에 국보법 개정안 수위조절을 둘러싼 혼선이 겹쳐지면서 당 안팎이 일제히 박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수도이전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비주류는 장외로 나가겠다고 하고, 대권 라이벌이기도 한 손학규 경기지사는 이날 직전에 보류했지만 "당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 회견을 준비했었다.
문제는 주류마저 사분오열돼 있다는 점이다. 박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준 두 사안은 공통점이 있다. 비주류측 반발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주류 내에서 조차 사전조율을 통한 대책 마련이 없었다는 점이다. 행정수도 이전 대안의 경우 보안을 이유로 수도권이전대책위 소속 일부 의원만 사전에 초안을 검토했을 뿐 대부분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야 볼 수 있었다. 내용은 둘째 치고라도 사전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점은 비주류는 물론이고 주류·중도파 의원들까지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국보법의 경우도 박 대표는 반발이 예상되는 보수파나, 지원사격을 해줄 수 있는 주류측과 어떤 교감도 없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쑥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이러자 원희룡 의원 등 '수요모임' 의 소장파 의원들마저 뜨악한 반응을 보이며 전혀 지원사격을 하지 않았다. "혼자 나가 버리니 따라갈 마음이 없다" "의사소통이 없으니…"라는 게 수요모임 의원들의 푸념이다. 두 사안 모두 조율 없이 박 대표 혼자 나섰다가 비주류의 반발을 사고 주류는 수수방관하는 결과를 부른 것이다.
박 대표체제는 김덕룡 원내대표계와 남경필 원희룡 의원을 중심으로 한 수요모임, 두 세력 위에 놓여있다. 그러나 이렇듯 주류 내부가 '따로 국밥' 양상을 보이자 "주류 내부마저 토닥이지 못하는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돈과 공천권으로 유지되던 야당 지도자의 자리를 박 대표는 '이미지' 하나로 유지해왔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결코 옛날식 계보정치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전히 "국민을 보고 정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 안팎에선 박 대표가 통합과 조율, 그리고 이를 위한 의원들과의 스킨 십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당직 개편을 통해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당직자는 "박 대표가 최대 고비에 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野 비난이 與 개혁인가"/朴대표, 李의장에 직격탄
"나를 비난할 시간이 있으면 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아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3일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서"이 의장이 야당과 저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동안) 정치문화가 정화된다고 생각해서 참고 있었다"며 작심한 듯 포문을 열었다.
그는"집권 여당 의장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폭 넓게 생각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입만 열면 야당과 대표를 비난하고 남 탓만하고 있다"며"이런 식으로 하는 게 열린우리당이 주장한 개혁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내가 언제 이 의장을 비난한 적이 있느냐"며 "자살하는 사람이 하루 30명이라 하고, 이민 갈까 하는 사람이 엄청 많아 졌는데 그럴(야당 비난할) 시간 있으면 국론분열을 치유하고 어려운 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인 이 의장을 공개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이 의장의 '한나라당 내 권력투쟁' 발언이 자극제가 됐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설명이다. 이 의장은 22일"한나라당에서 심각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사이에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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