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성숙되지 않아 인큐베이터에서 살 수 없는 조산아의 생존 연구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인공 자궁태반의 동물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수립됐다.조선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송창훈(47) 교수와 서울대 의대 마취과학교실 이국현(48) 교수 연구팀은 임신한 염소를 제왕절개 수술해 태아의 탯줄에 체외순환 회로를 연결, 인공양수 속에 넣는 동물 모델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동물을 이용한 체외 인공 자궁태반을 만든 것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 120~130일의 염소 35마리를 대상으로 연구 모델을 실험한 결과 이 중 15마리는 23시간 동안, 8마리는 48시간 동안 살아 남았다. 인공 자궁태반 모델은 체외 순환용 회로와 혈액 순환용 펌프, 그리고 인공 폐의 일종인 ‘막형 산화기’로 이루어지며 태아를 넣는 투명 상자에 인공양수를 채워 완성한다. 인공 자궁은 폐로 호흡할 수 있는 신생아를 위한 인큐베이터와 달리 폐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채 태어난 조산아를 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송 교수는 “인공 자궁태반은 폐호흡에 의존하지 않고 탯줄을 이용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 조산아의 생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선천성 기형이나 질병의 태내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태아 심장수술은 효과가 좋아 분만 후 수술보다 결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수술 후 거의 예외 없이 조기 진통이 일어나 조산아가 태어나는 것이 문제였다.
송 교수는 “국내 연간 출산아 중 10%에 달하는 4만~5만 명이 조산아로 태어난다”며 “이 중 많은 비율이 사망하고 살아 남더라도 뇌성마비 등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등 사회적 경제적 부담은 천문학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동물 실험에서 생존시간이 연장되고 합병증에 대한 연구가 뒤따른다면 이르면 10년 후쯤 이 모델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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