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절 중 가장 큰 추석의 즐거움은 일가 친지들이 다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가족의 훈훈함을 맛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추석 상차림에 신경이 쓰인다. 부족한 일손으로 이것저것 많이 장만하려면 힘도 들고 막상 다 만들고 나면 큰 표도 안 나기 일쑤. 하지만 기본적이면서도 외면하기 쉬운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전통적인 추석상차림을 품위 있게 차릴 수 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값이 많이 오를 것 중 오래 보관해도 괜찮은 것은 미리 사 둔다. 육류, 제수 용품, 견과류, 건어물 등이다. 과일은 추석 6일전이, 생선은 추석 전날이 가장 싸다는 통계치가 있다.
육류는 찜거리, 국거리, 전거리 등을 미리 손질해 냉동 보관하고, 전, 떡, 식혜, 강정, 유과류는 1, 2일 전부터, 찜, 양념이나 탕국물은 하루 전쯤 준비해둔다. 산적 요리도 미리 꽂이에 꽂아 준비해 놓으면 편하다.
▲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느낌을 살려라
추석상 메뉴는 간단한 것이 좋다. 맛깔스러움을 살리고 싶다면 햇곡식과 햇과일 등 제철 음식을 사용하되 제사상을 차릴 때 주의해야할 것이 몇 가지 있다. 과일 중 복숭아는 요사스런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다 해서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다. 생선 중 '치'로 끝나는 꽁치, 멸치, 갈치, 삼치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짜거나 맵거나 현란한 색깔은 피하는 것이 원칙이고 고춧가루와 마늘도 쓰지 않는다.
▲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
우리 식탁 위에 각진 접시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많지는 않지만 조선시대에도 사각접시가 쓰였으며 떡을 담는 용도로 주로 쓰였던 편틀이라는 사각형 제기도 있었다. 최근 개성이 강한 사각 접시들을 여러모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정사각 접시의 경우 낱장은 개인접시로 쓸 수 있을 뿐더러 여러 장을 맞붙여 놓으면 모듬으로 놓은 음식을 담을 수도 있다. 색색의 재료들을 밀전병에 싸먹는 구절판 같은 요리에 잘 어울린다. 비빔밥을 차릴 때도 응용할 수 있다. 밥은 1인분씩 담아 자리에 놓고 식탁 중앙에 나물이 담긴 여러 개의 접시를 놓아 각자 취향에 맞게 먹도록 하는 것이다. 뷔페 상차림에서는 원형 접시대신 사각접시를 놓으면 공간도 덜 차지하고 훨씬 멋스러워 보인다.
▲ 향이 나는 다과상 차림
손님 접대가 많아지는 추석명절에는 차와 과자 등을 내는 다과상을 준비할 일이 많다. 햇곡식으로 만든 송편을 녹차와 함께 대접하면 녹차의 떫고 쓴맛이 송편과 잘 어우러진다. 직접 송편을 만들어서 찔 때는 켜마다 솔잎을 깔고 하면 그 향기가 배어 입맛을 돋운다. 소는 팥이나 녹두, 햇콩, 밤, 대추, 곶감, 들깨, 참개 등을 다양하게 넣을 수 있다.
특히 나뭇결이 느껴지는 테이블 위에 도자기 질감의 그릇을 사용하면 소박하면서도 예스러운 멋이 풍긴다. 사각접시에 삼색 송편을 담고 그릇 한쪽에 기다란 나뭇잎으로 엮은 나무젓가락을 살짝 올려 세팅하면 작은 센스지만 다과상의 운치가 한결 살아난다.
사진 제공 ㈜광주요의 생활도기 ‘아올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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