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문화예술회관은 밑빠진 독의 물붓기?’내년말 개관을 목표로 4년째 공사가 진행중인 성남문화예술회관이 호화건축과 예산낭비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성남시는 최고급 공연예술장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해마다 예산을 증액, 착공초기 800억원대이던 예산은 1,600억원대로 배 가까이 뛰었다.
설계변경 3차례, 예산 눈덩이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1만2,000평 부지에 지하2층, 지상3층 대극장(1,778석) 중극장 (1,000석) 소극장 (424석)을 갖춘 ‘성남문화예술회관’이 착공된 것은 2000년 5월. 당시 869억원(국비 200억원, 도비 60억원)의 예산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시는 착공 이듬해인 2001년부터 방음벽 설치명목으로 3억원을 추가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증액요구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지하주차장을 만든다며 147억원, 올해는 지하주차장과 극장 사이의 연결통로를 만든다며 50억원의 추가예산을 요청하는 등 3차례의 설계변경을 거치는 동안 예산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특히 시가 최근 요청한 166억원의 추경예산내역은 ‘호화판’ 그 자체다.애초 설치하려던 개당 30만원의 객석의자 3,000여개를 90만원짜리 수입품으로 교체했고 단풍나무 재질의 무대 마루(4억원 상당)도 18억2,00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목재로 바꿨다.
심지어 화장실 내부 마감재 교체에만 8억9,000만원이 더 들어갔다. 시는 내년 본예산 419억원을 포함, 완공 때까지 모두 1,660억원이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속되는 과잉투자 논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최근 성남 시의회도 호화 의자 설치 등은 필요없다며 42억원을 삭감하고 나섰다.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사업초기에는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설계했지만 일산, 안산 등 도내 각 지자체에 엇비슷한 문화회관들이 들어서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울 강남의 LG아트센터나 예술의 전당 수준으로 설계를 변경했다”며 “분당, 판교 등 향후 100만명의 시민이 이용하게 될 문화공간으로는 결코 사치스럽지 않다”고 반박했다.
비슷한 규모인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과는 30분 안팎 거리로 가깝고, 성남지역의 문화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성남문화예술회관’ 에 대한 거액투자는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초대형 예술공연장에 대한 성남시의 공연기획능력, 예산운용능력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이 정도 수준의 공연장을 채울 A급 공연단체는 통상 2~3년 전에 섭외를 해야 하지만 개관을 불과 1년 앞둔 현재 시에는 변변한 공연기획 부서 하나없는 실정이다.
하동근(53) 성남 문화연대 대표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시설만 크게 지으면 손님은 저절로 들어올 것’이라는 안이한 건축논리로 밀어 붙인 결과가 후유증을 낳고있다”며 “공연 공간의 정체성 확립, 운영원칙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는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ㆍ사진=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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