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공포는 어떤 것인가.‘식스센스’ ‘샤인’ 등 ‘우리’의 세계를 노리는 ‘그들’의 침입을 담은 일련의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호러 장르를 개발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새 영화 ‘빌리지’는 공포를 주제로 한다. 넓디 넓은 마을 코빙톤 우즈에 사는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은 마을을 둘러싼 숲에 사는 생명체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정체 모를 ‘그들’을 두려워 하도록 교육 받았고, ‘그들’의 존재를 입에 담아서도 안된다. 하지만 혈기 넘치는 청년 루시우스(호야킨 피닉스)가 숲에 들어갔다가 병을 얻고, 앞 못 보는 그의 연인 아이비(달라스 하워드)가 치료약을 구하기 위해 숲을 가로지르면서 공포의 실상이 드러난다.
역시 ‘반전’은 샤말란 영화의 최고 장점. 공포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관객들은 맥이 ‘탁’ 풀릴 것이다. 하지만 반전에 이르기까지의 긴장감은 샤말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묘미다. 기괴한 음악과 평화롭지만 음습해 보이는 마을의 분위기가 합쳐져 온 몸을 오슬오슬 떨게 한다.
샤말란 감독이 공포에 대해 말하고 싶은 바는 이렇다. “공포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두려움을 가지면 우리는 공포에 대해 제멋대로 상상하는 습관이 생긴다. 관객들이 공포를 체험하고 대처법을 찾기를 바란다.”사실 그렇다. 두려운 것은 공포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우리를 떨게 했던 망태 할아버지도 뿔 달린 북한 사람도 실상은 누군가에 의해 학습된 실체 없는 공포였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농장에 세운 40에이커 넓이의 코빙턴 우즈 마을은 영화 전반의 기괴한 분위기를 이끈다. 햇빛이 좀처럼 들지 않아 음산하고 광활하기만 한 이 세트는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도 출신으로 이제 할리우드의 유명감독으로 자리 잡은 샤말란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의 형식과 피터 웨어의 휴머니즘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 놓곤 했다.
그의 최근 영화에서 드러난 변화는 휴머니즘이다. 그는 “서스펜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치하는가는 물론 중요하고, 관객을 자연스럽게 놀리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내 영화를 통해 따뜻한 인간미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전작과 달리 ‘빌리지’를 끌어가는 큰 주제는 ‘사랑’이다.
아이비역의 달라스 하워드는 연극배우 출신으로 ‘뷰티풀 마인드’ 아폴로13’ 등을 연출한 론 하워드 감독의 딸. 아버지의 후광 때문에 쓸데없는 입방아에 오르기도 하지만, 첫 영화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24일 개봉.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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