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2일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두고 장고(長考)를 거듭하다 당론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7개 부처와 40여개 관련기관을 공주 연기로 옮겨 행정특별시를 만들고, 청와대와 외교부 국방부 이전은 반대한다는 절충안이 수도이전 찬성, 반대파 양측으로부터 모두 보이콧을 당했다.정책대결을 내세워온 제1야당이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없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박근혜 대표의 당내 리더십은 치명타에 가까운 상처를 입었다.정부의 수도이전 추진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당 안팎 여론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무마하고 대안 찾기에 들어간 게 지난 6월이다.국민여론 수렴과 전문가 용역을 통해 양측을 만족시킬 안을 찾겠다고 호언했지만, 결국 3개월만에 나온 것은 ‘맛없는 비빔밥’이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는 고사하고 당내 의원들의 의견조차도 제대로 들어보지 않은 게 드러났다.
이날 6시간여 진행된 한나라당 의원총회를 들여다보면 이는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군현 의원은 초안에 대해 “부처의 이동 기준이 모호하고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고, 김재원 의원은 “기회주의적인 안”이라고 비판했다. 심재철 의원은 “현실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모호한 연구논문 같은 대안”이라고 비판했다.“경제 어려운데 수도이전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다가 22조원 들여 특별시를 만들자는 게 말이 되냐” “추석연휴를 앞두고 당론 결정시기도 적절치 않다”는 비난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박계동 배일도 의원은 “이참에 선명하게 수도이전 반대로 당론을 모으자”고 주장했다.그렇다고 수도이전 찬성측으로부터 박수 받은 것도 아니다. 당내 유일한 충청 출신 홍문표 의원은 “이 안은 충청권에 대한 확인사살”이라며 “당론으로 확정되면 탈당할 수 밖에 없다”고까지 했다. 원희룡 의원도 “오늘 안은 충청을 버리자는 안”이라고 했다.
결국 의총을 거쳐 박근혜 대표가 ‘당론’으로 발표하려던 초안은 총총히 회수됐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의총 후 “논의를 거쳐 초안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당 안팎 분위기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수도이전 반대와 찬성측 모두를 만족 시킬 해법이란게 있을수 없다는 게 입증된 만큼 양단간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당내 후유증도 심상치 않아보인다. 23일이면 한나라당의 간판이 된지 6개월이 되는 박 대표로서는 취임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된 셈이다.수도이전 전면 반대를 계속 주장해온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비주류측이 압박에 나서고, 당론 수렴과정에서 보여준 조정능력 부재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초안을 만들어낸 정책위측과 의원들의 의견 수렴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측 사이에 벌써 책임 공방도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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