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기착지였던 쿠웨이트를 출발해 아르빌주까지 1,115㎞. 역대 최장거리 파병경로를 거친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종단작전 이름은 ‘파말마’였다. 이라크에 희망의 소식을 전한다는 뜻으로 붙여진 작전명이었다.지상이동 작전에 직접 투입된 인원은 이라크에 파병된 2,800명 가운데 1,175명. 민간 선박 2척에 실려 쿠웨이트항으로 운반된 장비ㆍ물자(차량 442대, 컨테이너 245동) 가운데 다국적군단(MNC-I)의 책임 하에 별도로 수송된 일부 장비를 뺀 장갑차와 차량 394대를 안전하게 옮기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쿠웨이트 내 미군기지 캠프 버지니아 등에서 1개월간 적응훈련을 받은 부대원들은 작전 돌입을 앞둔 8월 말 ‘삭발 투혼식’으로 긴장의 끈을 바짝 죄었다. 작전은 3개 단위(제대)로 나뉘어 각각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동 구간은 쿠웨이트의 캠프 버지니아→나시리야의 세다 기지(325kmㆍ9시간), 세다 기지→스케니아 기지(198kmㆍ6시간), 스케니아 기지→아나콘다 기지(242kmㆍ6시간), 아나콘다 기지→아르빌주(350kmㆍ9시간) 등 4구간으로 나뉘었다.
나시리야에서 힐라 구간 60㎞는 비포장 도로였지만 대부분은 2~6차선의 고속도로. 그러나 도로에 요철이 많고 쇠붙이가 산재해 있어 타이어 펑크가 빈발했다. 또 적대세력의 저항이 거센 ‘수니 삼각지대’ 등 이라크의 심장부를 통과하는 구간에서는 주로 야간에 작전을 펼쳤다. 장병들은 피로와 졸음을 참아가면서 위험이 도사린 동맹군 주보급로를 긴장 속에 통과해야했다.
지상이동이 전개된 9월3~20일 18일간 동맹군 6명이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사망하고 103명이 부상했다. 한국군을 겨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티크리트 남쪽과 힐라 북쪽 이동로에서는 급조폭발물(IED)이 발견됐다. 일순간 모든 이동 차량들이 한밤중 고속도로에 멈춰 섰다. 차량행렬은 불을 끄고 20여분간을 숨을 죽인 채 대기했다. 한국군의 행군은 폭발물을 폭파 처리한 후 계속될 수 있었다.
미군 등 동맹군은 한국군의 이동로 전구간에서 무인 정찰기(UAV) 프레데터를 띄우고 테러리스트들의 통신을 교란하는 전자전 장비도 가동했다. 2,3 제대 이동 시에는 시아파 종교지도자 추모행사를 피하기 위해 바그다드 부근 임시 숙영지에서 하루를 더 머무는 등 계획에 일부 차질이 있기도 했으나 파말마 작전은 20일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그리고 22일 드디어 쿠웨이트에 남아 있던 마지막 조가 미군 C-130 수송기편으로 아르빌주에 입성함으로써 바다와 하늘, 육지를 이용해 지구를 반 바퀴 돌았던 입체 수송작전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합참은 아르빌주에 체류하는 한국 민간인 75명을 전원 부대 내에 거주토록 하고 외국여행 경로를 제한키로 했다.
김정호 기자 azure@hk.co.kr
■황의돈 사단장 "평화임무 모범 보일 것"
자이툰부대원들이 모두 이라크 아르빌주에 도착한 22일 황의돈(소장ㆍ사진) 사단장은 “국민 여러분의 성원으로 지상 전개작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며 “이라크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30여개 동맹국 가운데 가장 우수하고 모범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환자가 있다는데.
“물갈이로 설사를 하는 장병들이 있다. 45도를 웃도는 살인적 더위에다 일교차가 20~30도에 이르지만 건강유지를 잘해 감기 등 다른 환자는 없다.”
-지상이동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3박4일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각종 위협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특히 바그다드를 관통할 때는 상황이 좋지 않아 무척 긴장했고 저녁에 출발해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는 마지막날 12시간은 쉬지도 못한 채 이동하느라 많이 지쳤다.”
-아르빌주 현지 상황과 주민 반응은.
“이라크 내에서 치안상태가 가장 양호한 곳이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 부대방호와 경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리 부대가 시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출근길 교통 통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손을 흔들어 환영을 표시했다.”
/김정호기자
■'이라크版 새마을운동' 펼친다
‘비전 아르빌’을 모토로 한 자이툰부대의 평화재건지원 활동은 다음달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이툰부대는 일단 현재 80% 정도 진척된 부대 주둔시설 공사를 이달 안으로 마무리하는 데 전력 투구하면서 민사지원 임무에 대비한 마지막 준비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자이툰부대원들은 파병에 대비한 각종 교육을 철저히 소화한 상태여서 즉시 ‘실전 투입’이 가능하다고 합참은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월 창설된 후 예상 외로 파병 준비기간이 길어진 만큼 자이툰부대원의 대민지원 노하우는 이미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것.
자이툰부대는 아르빌주 일대에서 이라크판 새마을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게 된다. 자이툰부대는 ‘한국은 이라크의 친구’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이라크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전수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또 도로 정비 등 각종 건설사업과 대민 의료지원, 현지 치안병력 양성도 자이툰부대의 주요 임무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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