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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자치경찰제 치안편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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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자치경찰제 치안편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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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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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우리나라 근대경찰이 출범한 이래 110년 만에 드디어 자치경찰이 등장할 예정이다. 국가경찰의 권한과 기능들 중에서 일부를 이관받아 시군구 자치단체가 원할 경우 자치경찰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논의되었던 ‘자치경찰모형’과는 달리 몇몇 유럽국가의 제도를 모델로 삼아 ‘한국형 자치경찰제’를 실시할 모양이다. 대체로 경미한 형사법규 및 질서위반사범 예방 및 단속권한이 이양될 것으로 보인다.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주민자치 원칙이 행정과 교육에 이어 일상 생활치안 영역까지 확대된 것은 매우 반길 일이다. 최근 소개된 ‘자치경찰제’안은 일시에 대폭적인 권한이양과 사무를 배분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치안상의 문제점을 줄이고, 자치단체가 생활치안 영역을 일차적으로 책임지게 함으로써 혼란과 비능률, 부실을 최소화하는가운데 주민자치 원칙을 존중하려는 참여정부의 노력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자치경찰이 맡게 될 사무는 이미 일선 행정관청에서 수행해왔던 환경ㆍ식품ㆍ위생ㆍ건축ㆍ영업ㆍ교통 관련 직무들이 보다 전문화ㆍ통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질서행정사무는 학문적ㆍ실질적 의미의 경찰로 분류되지만,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총기를 휴대하고 수갑을 찬 제복경찰관이 범죄예방 순찰근무를 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흉악범을 검거하는 용감한 수사경찰’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인사 및 법률상 권한과 경찰력은 별로 확대되지 않으면서 비용부담과책임만 가중된 채,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도 배제할 수 없다.

시군구단위의 자치경찰제 실시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지방중소 도시와 군단위 관할면적과 생활권의 동질성을 고려할 때, 그나마 자치단체의 역량과 의지를 통해 자치경찰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그렇지만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광역시의 구단위 행정구역은 주거지역 및 생활권의 분리, 교통의 연속성, 범죄발생의 광역성, 주민의 이질성이 높아서 자치경찰의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강남지역의 CCTV 설치를 통한 방범역량의 증대는 인근지역으로의 범죄공간 대체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범죄문제는 특정 자치경찰의 예방활동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연쇄살인과 같은 엽기적 범죄가 발생할 경우, 범죄예방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자치단체의 몫이 된다. 이런 경우 물론 경찰서장이나 경찰청장이 사과할 일은 줄어든다. 경찰에서는 제도가 시행되면 ‘주민생활과 밀접한 부분의 체감치안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성과가 돋보이는 단속에는 자치단체가 적극적일지 모르지만,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예방분야에 과연 제한된 재원을 적극적으로 투입할지 의문이다.

2003년도 한국의 경찰예산은 정부예산의 4.6%에 불과한 바, 선진국의 6~7%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ㆍ캐나다 도시지역의 경우, 무려 예산의 10~25%를 경찰에 투입하고 있다. 치안공공재에 있어서 자원투입의 효과를 곧바로 확인하기도 힘들다. 인구 10만명 미만의 자치단체들이 복지예산도 부족한데, 치안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재정여건에 따라 생활치안 ‘질’의 양극화가 초래될 수 있다.

또 경찰관처우와 경찰활동의 성과 역시 차별화될 것이 명확하다. 15개월 미만 임기를 갖는 경찰서장보다 ‘4년 임기제’자치단체장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치적 역량에 따라 치안행정의 품질이 향상될 수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관할권 중복이 우려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관할권의 공백현상이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예상된다. 명실상부한 권한이양과 재정적 자립이야말로 자치경찰제 성패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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