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 두 나라 대통령이 어제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관계를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로 격상시킨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은 에너지 우주기술 정보기술 및 해양과학기술 분야의 포괄적 협력에 역점을 두었다. 양국 정상은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 틀 안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을 다짐했다.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서 당장 주목할 성과는 시베리아 유전 공동개발에 합의한 것이다. 앞서 방문한 카자흐스탄의 카스피해 유전개발 참여와 함께 자주적 원유개발 능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두 곳의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의 3년 치 수입량과 맞먹는 원유 생산권을 갖게 돼 절실한 에너지 자원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실리확보 차원을 넘어 러시아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 큰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한 경험 때문에 잠재적 가치를 회의하는 시각이 많다.그러나 옐친 대통령 시절 쇠락했던 러시아는 푸틴의 강력한 통치와 유가 상승에 힘입어 빠르게 정상국가의 면모를 되찾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층 주목할 것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의 영향력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푸틴은 남북한 균형외교를 지향, 멀어졌던 북한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상당히 회복했다. 이는 남북한 철도와 시베리아 철도 연결 등 호혜적 실리추구가 바탕이지만, 김정일 위원장과 개인적 유대를 강화하고 북한 핵물질 보관을 맡겠다고 제안하는 등 북핵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교착 상태인 6자 회담 진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 쪽에서도 나온다. 우리로서는 작은 가능성이라도 소홀히 여길 일이 아니다. 러시아를 다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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