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업주가 친구처럼 지내는데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성매매 특별법 시행(23일)을 이틀 앞둔 21일 경찰청에서 열린 시민단체ㆍ경찰 간담회에서 피해여성들은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업주를 비호하는 경찰을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업소를 탈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다 선불금을 갚으라는 업주의 끈질긴 협박으로 가정이 파탄 난 박모(24)씨는 “여수경찰서에 업주를 신고했지만 오히려 경찰서에 찾아온 업주로부터 경찰서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경찰은 업주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경찰의 도움을 제대로 받았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피해여성 이모(24)씨는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다음 날에도 성매매를 강요 당하는 등 업주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지난 5월 분당경찰서에 신고했지만 3개월만인 지난달에야 겨우 형식적인 조사를 받았다”며 “조사 시에도 경찰은 피해 증거와 증인을 요구하며 업주의 편을 들기에 바빴다”고 분개했다.
시민단체들은 업주에 대한 처벌과 피해여성 보호를 강화한 성매매 특별법의 시행을 반기면서도 “문제는 법이 아니라 경찰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여성단체 새움터 김현선 대표는 “경찰과 업주와의 유착관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성매매 근절’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업소에 찾아와 성매매를 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피해여성들은 ‘구조 받을 길이 없다’는 절망감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기문 경찰청장은 “성매매 특별법의 실질적인 정착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며 “경찰의 자정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매매 특별법은 폭행 및 협박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했을 때 처벌을 5년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강화했다. 성매매 단순 알선자의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으나 새 법은 벌금을 3,000만원 이하로 올렸다. 또 피해여성의 선불금은 원천무효했다.경찰은 피해여성들의 증언을 토대로 해당 경찰서에 대해 감찰을 실시, 업주 조사나 피해자 보호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중징계할 방침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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