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개관 이후 첫 공모로 뽑는 신임 관장에 21일 김삼웅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부위원장이 내정됨에 따라 독립기념관의 역할과 위상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간의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지금까지 관례상 독립유공자의 후손이 맡던 독립기념관관장을 친일문제 연구전문가가 처음으로 맡게 되었기 때문.5월 발족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시민연대 집행위원이기도 한 김씨는 '친일정치 100년사' '친일파 100인 100문' '일제는 조선을 얼마나 망쳤을까' 등의 책을 쓴 친일문제 전문연구가. 광복회 이사, 백범기념관 운영위원 등으로도 활동해왔으며 저술활동과 학술 세미나 참가 등을 통해 일부 언론의 친일전력에 대해서도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해 왔고, 2003년 3월에는 독립기념관 이사로서 독립기념관에 전시된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결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날 "독립운동과 친일은 동전의 양면이다. 독립운동을 선양함과 더불어 친일행적을 밝혀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며 "앞으로 전시 자문위원회의 절차를 걸쳐서 독립기념관 내에 독립운동사료는 물론 친일행위에 대한 자료, 문건을 적극적으로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전시·소장품에 대해서도 "앞으로 학계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강화해 소장하거나 전시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재평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친일진상규명에 맞춰 독립기념관도 성격과 내용에서 큰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신임 독립기념관 관장 선정을 두고 친일행적을 의심 받고 있는 일부 보수 언론들은 처음부터 독립유공자나 그 가족이 배제된 점을 들어 청와대 개입 등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독립기념관 관장 추천위 위원장인 윤경빈(尹慶彬) 독립기념관 이사장은 "두 명의 독립 유공자 가족을 포함, 15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서류심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정해진 규정에 따라 내정했을 뿐"이라고 못박았다.
실제 김 내정자는 최종후보 물망에 오른 김자동(金滋東·75)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 상임이사와 박석흥(朴錫興·62) 독립기념관 감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1순위로 추천됐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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