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이 사임하고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이 당·정·군 최고 지위를 완전히 승계한 것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과 각국 주요언론의 분석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21일 장 전 주석 사임 배경에 대해 '용퇴'와 '축출', 중국 공산당의 정치 지형에 관해선 '안정'과 '혼란' 등 상반되는 관측과 진단을 내놓으며 중국의 앞날을 전망했다.명예 퇴진인가 반강제 은퇴인가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포인트는 여전히 장 전 주석의 사임이 스스로 원한 것인지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인지이다. 중국 공산당 내부 역학구도에 대한 호기심이라기보단 사임의 진상이 중국 정치의 향후 방향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장 전 주석의 갑작스런 사임은 광범위한 협의 없이 이뤄졌다는 느낌을 더해준다"며 "후 주석의 중대한 승리"라고 '타의설'에 무게를 뒀다. 일본의 주니치(中日)신문도 장 전 주석의 심복인 쩡칭훙(曾慶紅) 국가 부주석의 중앙군사위 부주석 임명이 끝내 좌절된 것은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한 완전 은퇴'의 증거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과 일본의 아사히(朝日) 신문은 '용퇴'에 초점을 맞췄다. 장 전 주석이 이미 여름에 문서로 사의를 전했고, 당 16기 중앙위원회 4차전체회의 개막일인 16일 재차 편지를 보내 '강력하게 '은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도리어 후 주석 등 당 지도부에서 '정치 안정'을 들어 논의를 미루거나, 최소한 내년 초에 발표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
장쩌민 수렴청정 시도할까
장 전 주석이 막후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것이란 예측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워싱턴포스트는 "후 주석은 군과 당에서 장 전 주석의 영향력에 포위된 상태"라며 "관영 매체들도 아직 후 주석을 전임자들과 달리 당 중앙이라 부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전 주석은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내놓았으나 국가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유지하고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그의 세력 기반인 상하이방은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자칭린(賈慶林) 정치협상회의 주석, 황쥐(黃菊) 상무위원 등 5명이나 된다. 군에도 장 전 주석이 집권 14년 동안 대장으로 승진시킨 수뇌부만 79명에 이른다.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리의 측근이었던 우궈광(吳國光)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후 주석은 전임자들과 같은 개인적 권위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실제론 장쩌민이 여전히 당의 최고 어른으로 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장쩌민의 영향력은 급격히 쇠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덩샤오핑(鄧小平)이나 마오쩌둥(毛澤東)과 달리 카리스마나 인민의 존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한계라는 것이다.
안정이냐 혼란이냐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공산당의 유례없는 15년 정치 안정이 마감되고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권력시스템이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함에도 후 주석의 권력 기반은 다져지지 않았다는 것.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사회와 당이 다원화하면서 후 주석은 물론 누구도 장 전 주석 정도의 권위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여진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인치(人治)에서 후 주석측과 상하이방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스템 정치로 나가며 한층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 구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전문가를 인용, "쩡 부주석이 상하이방의 수장으로 후 주석을 견제할 것"이라며 "어느 한 파벌도 상대방을 패퇴시키지 못하고 당의 결정은 협상과 타협에서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전히 일당 독재지만 두 파벌 간의 긍정적 공개 경쟁 구조가 예상된다는 것으로 중국의 정책에 당분간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중국의 한 언론인은 "이젠 사람의 변화에 의해 정책이 바뀌지 않는 집단지도체제 시대"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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