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소규모 공장을 경영하는 장모(56)씨는 거래업체 부도로 6억원을 떼이자 해결사를 고용했다. 거래업체 사장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돈을 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심부름센터를 통해 주먹을 동원한 것이다. 장씨의 부탁을 받은 이모(45)씨 등 해결사 5명은 거래업체 사장을 붙잡아 5일간 감금ㆍ폭행한 끝에 결국 전셋집 원자재 공장부지 등 6억 상당의 재산에 대한 포기각서를 받아냈다. 경찰은 이씨를 구속하고 달아난 일당 4명의 신병확보에 나서는 한편, 이들을 고용한 장씨를 조사 중이다.
극심한 불황으로 부도 사업주와 개인파산자가 양산되면서 이들로부터 떼인 돈을 받기 위해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채권자들이 늘고 있다. 때마침 유흥가의 불경기로 돈벌이가 어려워진 조직 폭력배들이 해결사로 변신, 각종 잔학한 수법을 동원, 불법채권추심에 나서고 있다.
충청지역 최대 폭력조직 신태인파에서 활동했던 김모(23)씨는 4년 전 조직이 붕괴되자 별다른 일 없이 지내다 최근 들어 수입이 짭짤하다는 소문을 듣고 부하 2명과 함께 해결사로 나섰다. 그는 빚 3,000만원을 받아 달라는 청탁을 받고 채무자 부부를 빈 아파트로 끌고 가 마구 때렸다. 김씨 일당은 채무자가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자 병실에서 숙식을 하며 감시하다 이를 보다 못한 병원 관계자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
해결사 알선은 주로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뤄진다. 심부름센터는 찾아온 채권자에게 폭력배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직접 생활정보지나 전단지에 ‘빚을 해결해주겠다’는 광고를 내기까지 한다. 또 버젓이 플래카드를 달아 채권자를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합법적 채권추심기관인 한 신용정보회사 관계자는 “심부름센터로 잘못 알고 하루에도 5,6건씩 ‘빚을 해결할 어깨가 없느냐’는 문의전화가 걸려온다”며 “채권 추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심부름센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혀를 찼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이 해결사 알선의 새로운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한 유명 인터넷사이트의 경우 250여개의 ‘해결사 카페’가 개설돼있다. 이 가운데 100여개는 올들어 생겨난 카페이다. 이들 카페에 들어가 간단히 클릭만 하면 별 어려움 없이 해결사 고용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사채업자나 개인의 불법채권추심 사례는 2001년 187건에서 지난해 760건으로 급증했다. 금감원 조성목 팀장은 “일단 신고를 했다가 보복이 두려워 다시 철회하는 경우가 하루 평균 3~4건이나 된다”며 “불법채권추심의 방법이 악랄해질수록 신고를 못하는 채무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채권추심이 기승을 부리는 데는 불황의 영향도 있지만 비용과 효율성의 문제도 관련돼있다. 신용정보관리법상 빚은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받을 수 있지만 회수액의 20% 이상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반면 해결사를 고용하면 1인당 하루 40만원 정도로 가능하고 폭력을 행사하게 할 수도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연말까지를 민생경제 침해 사범 특별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해결사를 통한 채권추심 등 불법행위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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