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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리비아를 봐라" 北·이란에 제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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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리비아를 봐라" 北·이란에 제스쳐

입력
200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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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일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20여년 만에 공식 해제했다. 지난해 12월 무아마르 가다피 국가원수가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한 데 대한 미국의 화답인 셈이다.■ 해제 내용

부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21일을 기해 공식적으로 풀리게 되는 제재조치는 모두 4가지. 1985년~86년 레이건 정부 시절 취했던 대 리비아 통상금지, 미ㆍ리비아간 항공운항 금지, 미국 내 리비아 정부 자산동결, 리비아 석유금지 조치가 해제 대상이다. 이중 통상과 석유금수 조치는 올 2~4월 이미 해제됐었다.이번 조치는 리비아가 저지른 1988년 팬암기 폭파 희생자 유족에 대한 제2차 보상금 지급의 가능성을 터놓았다. 13억 달러로 추산되는 미국 내 리비아 동결 자산이 그 재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는 259명이 사망한 팬암기 희생자 가구당 1,0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주기로 합의하고 1차로 400만 달러씩을 지급했다. 리비아 정부는 2차분 400만 달러 지급 조건으로 22일까지 리비아 자산의 동결조치 해제를 요구해왔다. 리비아는 테러지원국 관련 제재조치까지 완전 해제되면 나머지 3차분 2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은 그러나 리비아를 여전히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려 놓아 양국이 외교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할 단계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군사나 안보관련 물품 등의 거래에 대한 제재조치는 계속 남게 된다. 또 양국의 외교관계는 연락 사무소 상태로 유지된다.

■ “리비아 모델을 따르라”

이번 조치는 북한과 이란을 겨냥한 측면도 강하다. 대량살상무기 포기에 따른 보상을 구체화함으로써 미국이 북한과 이란을 향해 ‘리비아식 모델’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리비아가 9개월간 취해온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조치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럴리 부대변인은 특히 “리비아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술을 거래하는 세계 암시장에 대한 이해를 증진해왔다”고 말해 리비아가 북한과 파키스탄 이란 사이의 무기 밀거래 관계를 조사하는 데 협조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핵 무기 개발 능력이나 배경 등이 리비아와는 다른 북한과 이란이 선 대량살상무기 포기 후 단계적 보상이라는 리비아 모델을 쉽게 수용하리라고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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