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의 보완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형법보완안이나 대체입법안(파괴활동금지법안)이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심지어 개악의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보법 폐지'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정작 국보법 폐지론의 본질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열린우리당은 형법 보완의 경우 형법상 내란죄를 강화해 "국토를 참절(僭竊)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라는 규정(내란목적 단체구성)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 처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외환죄의 준적국 조항에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단체"를 추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호창 변호사는 "북한을 내란목적 단체로 해석할 여지를 만들어 사실상 국보법의 가장 문제된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의 영토조항(제2조)에 의거해 정부를 참칭(僭稱)하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인정한 기존의 국보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도 열린우리당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폭동을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단체 구성을 내란죄와 같이 처벌하는 것은 전통적인 내란죄 개념에 반하고,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새로운 준적국 규정에 대해서도 "북한을 현재의 반국가단체보다 더 직접적인 안보침해세력으로 간주하는 것이 돼 변화된 남북관계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북한을 '대한민국의 존립 및 안전을 침해하는 활동을 하는 국가 또는 국가에 준하는 단체'로 규정한 파괴활동금지법안에 대한 반발은 더욱 거세다. 민변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이 될 것이라며 개악에 가깝다는 입장이고, 법무부도 준적국 개념보다 범위가 더 넓고 불분명한 데다 적대적 단체 구성 및 가입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조총련 등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법인 국보법의 많은 조항을 자구만 수정해 형법에 대체할 경우 언젠가 폐지되어야 할 국보법을 항구화하는 결과가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호창 변호사는 "지금 필요한 것은 국보법의 이름만 없애는 것이 아니다"며 "거시적 시각에서 국가안보형사법 체계를 탈냉전시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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