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7시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대한통운 중부영업소. 쌀쌀해진 바람이 무색하게 100여명의 직원들이 땀을 쏟고 있다. 대전에서 올라온 11톤 화물차에서 짐을 풀기 시작한 지 벌써 2시간째. 컨테이너벨트 위 선물 박스가 중앙 분류대를 거쳐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등 세 갈래로 나눠지고 각각의 벨트가 다시 2~3갈래로 갈린다.벨트가 끝나는 곳에 총 109대의 1.25톤 차들이 기다린다. 동, 번지별로 담당이 정해진 109명의 직원들이 지도를 손에 들고 배달 순서를 계산하며 200여개 상자를 쌓는다. 초보자는 하루 50개도 소화 못한다는 것이 베테랑 직원의 귀띔이다.
오전 9시30분께 물건이 가득 실린 차가 배송지로 향한다. 이때부터 오후 7시까지 꼬박 배달하고, 도중에 2차 물건을 중계 받아 배달하면 밤 11시. 끼니 거르는 일은 예사고,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려 아예 영업소에서 자는 직원들도 많다.
“서울 3개 구로 배달되는 물량이 하루 1만6,000상자입니다. 평소보다 50% 이상 많은 거죠. 지난해 추석보다도 많아요. 하지만 물건을 보면 경기가 좋다고 하긴 어렵지요. 고급 정육, 전복, 양주 같은 건 드물고, 과일 상자나 중저가 생필품이 대부분이에요.” 11년째 택배 일을 하고 있는 김우창(42) 중부영업소장의 말이다. 추석이 늦고 작황이 좋아 과일 등 농산물이 지난해보다 30~40% 늘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로 가는 물량은 평소 하루 70~80상자에서 400여상자로 급증세가 가장 확연하다. 경력 9년째인 조석진(36) 과장은 “전복이나 고급한우세트 류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배달돼 편할 것 같지만 안 그래요. 정문, 경비실, 현관 등 3곳을 거쳐야 하고 신분증도 제시해야 하고 집 안까지 들여놓아야 하죠.”
서초구에선 유난히 선물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서초구 가는 차가 늘 부족했는데 올해는 그런 일이 없네요. 안 받는 집은 아예 경비실에 고지해 놓더라구요. 하루 20건쯤 되죠. 기업들이 ‘선물 안 주고 안 받기’운동을 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업체 전반적으로 대한통운은 20일 하루 배달 물량이 30만상자를 넘어섰고, 현대택배는 17일 이미 32만3,000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추석보다 3~4일 앞질러가는 추세로, 올해 물량이 20%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영세업체들은 “물량이 없어 트럭을 처분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썰렁하다. 현대택배 관계자는 “개인 선물 물량이 줄고, 기업 물량이 늘면서 대형 택배 업체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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