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알 카에다의 가장 훌륭한 모병관(best recryiting sergeant)이다.”이탈리아 주재 영국 대사인 이보르 로버츠 경의 이 한마디가 20일 영국과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미 행정부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다. 영국 외교가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로버츠 대사의 이 언급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일방적인 대테러전이 오히려 알 카에다 등 국제테러조직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문제의 발언은 지난 주말 아주 사적인 자리에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조건으로 이뤄졌다. 로버츠 대사는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들과의 모임에서 “알 카에다가 부시의 재선을 가장 기다릴 것”이라면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을 비난했다. 모임의 한 참석자가 이 언급을 메모했고 이탈리아 유력지 코리에르 델라 세라가 이를 크게 보도, 사태가 불거졌다.
영국 외교부는 로버츠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경고하는 한편, “그의 말은 영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보수일간지 일 포글리아의 줄리아노 페레라 편집장이 향후 로버츠 대사와의 만찬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동준 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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