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계 선두 인텔을 따라 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인텔을 입에 올렸다. 경쟁사이면서도 중요한 고객인 인텔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삼성전자의 관례 아닌 관례.
하지만 황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매출이 상반기 80% 성장한 반면, 인텔은 22% 성장에 그쳤다”며 “삼성전자와 인텔의 매출 격차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텔이 반도체 시장에서 20여년간 맹주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PC에서 속도가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었지만 이제 다양한 응용력의 삼성전자가 유리한 모바일, 디지털 가전 중심의 시장이 훨씬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세계 2위인 삼성전자가 선두 인텔을 추월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선언인 셈이다.황 사장은 “메모리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메모리 사업도 강화해 수년안에 세계 최고 반도체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 사장이 이처럼 야심만만한 선언을 한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이를 실현할 '무기'가 있기 때문. 하나의 무기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기술(나노 공정)이고, 또 다른 무기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동시에 성장시킬 수 있는 동반성장 전략이다.
우선 나노 공정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제품을 잇따라 내놓게 하는 원동력.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인 10억분의 1m를 나타내는 단위. 반도체에서 60나노 공정은 실리콘 원판(웨이퍼)에 새기는 전자 회로의 선 폭을 머리카락 굵기의 2,000분의 1 수준인 60나노미터 크기로 유지하는 첨단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60나노 공정의 플래시 메모리, 80나노 공정의 D램을 선보였다. 인텔은 최근 65나노 기술을 적용한 중앙처리장치(CPU)시제품을 개발한 단계이고,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은 90나노 수준에 머물러 있어 삼성전자보다 최소한 1~2년 뒤처져 있다.
기존 세계 최강인 메모리 반도체에 모바일 CPU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함께 성장시키는 ‘메모리, 비메모리 동반성장’ 전략도 삼성전자가 선두 인텔을 추월하는데 중요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보인 세계 최고속의 667㎒ 모바일 CPU는 이 같은 의지를 담은 제품이다.
황 사장은 “현재 세계 1위인 D램, S램, 플래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외에도 올해 복합반도체(MCP) 1위를 달성하고 2007년까지 카메라에 들어가는 반도체(CIS)와 시스템칩(SoC), 스마트카드칩, 모바일CPU 등 비메모리를 포함한 4개 제품을 세계 1위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공정기술을 넘어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중요한 설계 및 재료 기술 확보가 급선무이며 미국 등 선진국 업체의 조직적인 견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박천호 기자 toto@hk.co.kr
■황창규사장 "황의 법칙, 비메모리도 적용"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제2의 ‘황의 법칙’을 제시, 눈길을 끌었다.
‘황의 법칙’이란 황 사장이 2002년 한 반도체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메모리 신성장론’으로, 모바일 기기의 성장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매년 두 배씩 올라간다는 것이 핵심 내용. 이날 발표된 8기가 플래시 메모리까지 5년 연속 용량이 두 배씩커지고 있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황 사장은 이날 “모바일 기기에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메모리 신성장론’이 전체 반도체로 확산되는 ‘반도체 신성장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내년 반도체 시장 전망은.
“올해 반도체 시장은 전년보다 20% 성장한 2,200억 달러 정도 되겠지만 내년은 공급과잉이 나타나면서 10% 정도 성장한 2,40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특화 제품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다.”
-미국 정부가 D램 가격담합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 대답할 단계가 아니다. 시간을 갖고 기다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삼성전자가 언제쯤 선두 인텔을 따라 잡을 수 있나.
“시장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인텔의 절반 밖에 안되지만 올 상반기 매출 성장률은 삼성전자가 80%인 반면 인텔은 20%에 그치고 있다. 인텔이 추구하는 시장과 삼성이 추구하는 시장은 확실히 다르다. 인텔은 90% 이상이 PC인 반면 삼성은 모바일과 디지털콘텐츠 시장까지 보고 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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