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을 받고있는 6개 대학에 대해 실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대학 총장들이 등급제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냈다. 그러나 이 의견서가 교육부 주도로 채택된 것인데다 교육 관련 시민ㆍ사회단체들은 "교육부의 대학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감사원 감사를 청구키로 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박영식 광운대 총장) 소속 33개 대학 총장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고교등급제에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교협은 간담회 후 발표한 의견서에서 "고교등급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실시돼서는 안되며 향후 제반 대학교육 개선방안에 대해 교육부와 긴밀히 협의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이례적으로 참석, 2008학년도 입시안을 설명하고 고교등급제 불가 방침을 거듭 표명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는 사실상 교육부의 요구로 개최, 고교등급제를 옹호하는 결정이 내려지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향후 대학들 사이에서 다시 등급제 도입이 거론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특히 처음 고교등급제 도입을 주장했던 고려대 어윤대 총장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학 조사 첫날 해당 대학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 조사에 응했다. 연세대에는 교육부 학사지원과 소속 직원 3명이 오전 9시30분께 입학관리처를 찾아와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학교측으로부터 1학기 수시모집 전형 기준과 응시생 현황, 합격 및 불합격자 명단 등을 넘겨받아 검토 작업을 벌였다.
학교측은 입학처 입구에 경비원을 배치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사무실 전화도 차단했다. 이화여대 등 다른 대학들도 조사단이 머물고 있는 사무실 앞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붙이고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백윤수 연세대 입학처장은 "조사를 하더라도 이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힌 내용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교육부가 실사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조, 민주노동당 등 60여개 단체로 구성된 '고교등급제 및 본고사 부활 저지와 올바른 대입제도 수립을 위한 긴급 대책위원회'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의 실사만으로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며 "교육부 및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 대학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특목고 개선안은 시안대로"
교육인적자원부는 대입제도 개선안의 최종 확정시기를 10월초로 연기하되 특수목적고 정상화와 관련된 부분은 당초 시안대로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특목고 입학전형 시기가 11월초로 다가와 개선안 확정이 늦춰질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석수 교육부 학사지원과장은 “새 입시안의 특목고 관련 사항은 4차례 실시한 공청회 등에서 별다른 반대가 없었기 때문에 최종안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목고 관련 개선 시안은 ▲설치학과 이외의 별도 과정 개설 금지 ▲설립목적 부합 전문교과 운영 대폭 강화 ▲과학 및 외국어 계열 학교 동일계 특별전형 도입 등을 담고있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선안 연기와 관련, “고교등급제 대학 실태 조사가 진행되는데다 추석 연휴 등이 겹쳐 연기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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