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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다시 밭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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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다시 밭벼에 대하여

입력
2004.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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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버지의 밭벼 얘기를 했다. 늦게 씨앗을 뿌려 늦게 이삭이 패고, 그래서 이번 가을 혹시 날씨라도 좋지 않아 그것이 제대로 익지 않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시는 아버지 얘기를 했더니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논벼는 잘 알지만 밭벼는 또 어떤 작물이냐고 물어왔다.그 질문을 받고서야 나도 아, 하고 갑자기 깨닫게 되는 것 하나가 있었다. 전라도나 경상도 쪽은 넓은 평야를 안고 있어 예부터 굳이 밭에까지 벼를 심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옛날에 제주도 처녀가 태어나 시집갈 때까지 쌀 한 말을 먹고 가면 많이 먹고 간 것이라는 소리도 그곳에 밭만 있지 논이 없어서 나온 말일 것이다.

강원도 역시 평지보다는 산과 비탈이 더 많은 곳이다. 백두대간의 산간 지역은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쌀이 귀했고, 밭에까지 보리나 밀처럼 물 없이도 자라는 벼를 심었는데, 이것이 바로 밭벼다.나락을 털어냈을 때의 볏짚 모양도 껍질을 벗겨낸 쌀의 모양도 논의 것과 똑같다. 우리나라 국토가 좁다고 하지만 각 지역의 지형과 여건에 따라 이렇게 농사도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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