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변리사도 손사래를 칠 법한 지적재산권분쟁에서 국내 영세기업의 무보수 ‘변론’을 맡은 20대 대학생이 미국 대기업을 누르고 상표 등록 기회를 따냈다.주인공은 미국 팜(Palm)사와의 분쟁에서 승리한 부산 동명정보대 발명ㆍ특허동아리 ‘비밀노트’ 회장인 김사헌(24ㆍ멀티미디어공학과 3년)씨. 팜사는 세계 PDA(개인휴대단말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다.
김씨는 이 대학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인 모바일게임 및 애니메이션 개발전문업체 ㈜팜캐스트를 대신한 미국 팜사와의 상표법 분쟁에서 지난 달 31일 특허청으로부터 ‘최종 승리’ 회신을 받았다.
국내 ㈜팜캐스트와 미 팜사와의 상표권 분쟁은 지난 2002년 5월 ㈜팜캐스트가 팜(Palm)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Palmcast’ 등의 상표출원서를 특허청에 제출하면서부터.
미국의 팜사는 지난 해 7월 즉각 국제특허법률사무소를 통해 “해외에서는 이미 Zess Palm, Multipalm 등 ‘Palm’이 들어간 상표출원은 모두 등록거절됐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고, 세계적인 거대기업 앞에 불과 자본금 1억원 규모의 ㈜팜캐스트측은 한때 상표등록포기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김씨는 분쟁을 무보수로 맡아 10여일간 하루 2~3시간의 새우잠을 자며 학교 교수 등 전문가들과 수십 차례의 미팅을 통해 팜사의 이의신청서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 특허청에 제출했다.
그는 수개월간에 걸친 ‘논리전쟁’을 벌여 결국 특허청으로부터 ‘미국 기업의 이의신청에 이유 없다’는 회신과 함께 상표등록 결정의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팜캐스트 김수진(33) 사장은 “처음에는 이의신청 대응을 변리사에게 맡기려고 했으나 비용은 물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아 괴로웠다”며 “우연히 대학측을 통해 유능한 학생을 소개 받게 됐고 결과까지 좋아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제는 팜측의 법적 소송에 대비해야 한다”며 “’1차 승리’는 사례수집과 분석 등을 함께해 준 분들의 공이 더 크다”고 화답했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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