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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안일함이 빚어낸 '대형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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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안일함이 빚어낸 '대형사고'

입력
2004.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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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 중 떡을 먹다가 의식불명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건 그저 장난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람은 떡을 먹다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우 장정진씨를 의식불명으로 만든 KBS ‘일요일은 101%’의 떡 먹기 게임의 문제는 가학성 자체보다는 그런 게임을 하면서 방송사가 안전사고에 대한 어떠한 대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떡 먹기가 가학적이라고 한다면 SBS ‘실제상황 토요일’의 말 타기 게임이나 KBS ‘해피투게더’의 ‘쟁반 노래방’도 가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게임을 보며 가학적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없다. 그건 그저 장난일 뿐이다.

‘일요일은 101%’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사고를 일으키고도 코너 폐지 정도로 넘어가는 KBS의 처사는 두고두고 기록에 남겨 수치로 여기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진짜 가학성은 코너 자체의 육체적 가학성보다는 2004년 지금까지도 떡 먹기 게임 같은 것이 오락 아이템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떡 먹기 게임은 1980년대에도, 1990년대에도 있었으며, 달라진 것은 연예인들의 얼굴과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해가는 그들의 입담 뿐이다. 뻔한 게임을 반복하니 재미가 떨어지고, 그 빈자리를 연예인 패널들의 말 장난과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MBC ‘심심풀이’의 ‘공포탈출 두근두근’ 코너가 대표적인 예다. ‘두근두근’은 무서운 얘기를 하거나 갑자기 가짜 귀신 등이 나타나 출연자들의 심장 박동수를 높이고, 빨리 박동수를 낮춘 출연자에게 문제를 맞힐 기회를 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식의 게임은 예전에도 많이 있었고, ‘두근두근’이 준비한 아이템은 애들 장난처럼 ‘왁!’하고 출연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 뿐이다. 결국 코너내내 상대방의 심장 박동수를 높이려는 연예인들의 인신공격적인 발언이나 사적인 대화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일요일은 101%’이 그랬듯 갑자기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장난’ 때문에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SBS ‘실제상황 토요일’의 ‘당연하지’도 마찬가지다. 연예인들이 1:1로 맞붙어 계속 상대 연예인의 약점을 ‘잔인하게’ 꼬집으면서 ‘가학적’인 쾌감을 준다. 제작진이 준비한 것은 상대 연예인을 대놓고 욕할 수 있는 공간뿐이다. 코너의 시청률은 연예인들이 서로의 약점을 더욱 잔인하게 들쑤실수록 높아진다.

대부분의 오락 프로그램들이 가학적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단순하고 안일한 아이템을 가지고, 다른 모든 것은 연예인들에게서 ‘쥐어짜는’ 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사고는 그나마 사고가 날 때마다 반성의 제스처라도 취한다. 하지만 방송사가 연예인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학대하는 것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말 ‘장난’처럼 여겨지고, 또 아무 말 없이 지나가고 있다. 20년 뒤에도 이러는 것은 아닐까.

강명석/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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