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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의 추억 저도 이겨낸걸요"/중고생자원봉사대회 대상 김혜민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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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의 추억 저도 이겨낸걸요"/중고생자원봉사대회 대상 김혜민양

입력
2004.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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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집단 따돌림)의 심정은 겪어본 사람이 가장 잘 알죠.”7년간 동료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면서 심각한 자해충동에 시달리던 여고생이 자신의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며 왕따 전문 상담가로 변신했다.

김해 한일여고 3년 김혜민(18)양은 인터넷과 전화상담을 통해 또래 청소년들의 왕따 고민을 해결해 준 공로로 20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한국중등교육협의회 등의 주최로 열린 제6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서 친선대사상을 받았다.

5남매의 맏딸인 김양은 부모가 자폐아와 무의탁 아동 5명을 맡아 키우는 바람에 10여명이 한 솥밥을 먹고 사는 시끌시끌한 대가족 분위기에서 밝고 명랑하게 자랐다. 그런데도 단지 키가 크고 말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7년 가까이 계속된 왕따로 김양은 말수가 줄고 성격이 어두워진 것은 물론 환청에도 시달려야 했다. 주위에 날카로운 물건이 보이면 불현듯 자해 충동을 느끼는 ‘나이프 커트 증후군’마저 생겨났다. 김양은 실제로 수 차례 자해를 한 적이 있다.

그런 김양이 지긋지긋한 왕따를 벗어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의 한마디 조언 덕분이었다.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친구들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가슴 깊이 공명을 일으키면서 김양은 스스로를 변화시키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아무리 괴롭혀도 미소로 대하고, 먼저 말을 걸었다. 그 결과 고교에 진학할 무렵에는 친구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을 정도로 안정을 찾았다.

고 1때인 2002년 말 김양은 우연히 인터넷 카페 ‘학교 가기 싫어(cafe.daum.net/smilingschool)’를 알게 돼 자신보다 더 딱한 처지의 친구들을 돕기 위해 ‘초록천사’라는 아이디로 인터넷 상담원 등록을 했다.

학생들의 고민에 일일이 상황과 원인에 따른 적합한 대처요령을 알려주면서 상담전문가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렇게 지난 1년 반 동안 계속된 김양의 상담은 580여건에 이르고 이중 70여명에게 “왕따를 완전히 이겨냈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김양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충동을 느꼈지만 상담이후 복서의 꿈을 키우고 있는 남학생, 자식얘기를 하다 함께 펑펑 울고만 어떤 왕따학생 부모님, 그리고 왕따를 반드시 극복해 나처럼 상담사가 되겠다고 한 여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장래 희망이 학교폭력 전문 상담가인 김양은 “어른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학교폭력이 피해자에겐 인생이 걸린 절실한 문제”라며 “피해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말문을 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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