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냐.’최근 승용차보다 가격이 더 싼 SUV가 출시되고 SUV의 승차감이 대폭 개선되자 승용차와 SUV중 어떤 것을 사야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실제 승용차인 현대차 쏘나타와 SUV인 기아차 스포티지는 차종과 성격, 연령대와 고객층이 서로 다르지만 가격대가 모두 2,000만원 안팎인데다 배기량도 비슷해 시장에서는 경쟁 아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승용차와 SUV의 경쟁은 두 차종간 ‘가격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시작됐다. 통상 같은 배기량이라면 승용차보다는 SUV의 가격이 더 비싼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쏘나타와 스포티지를 비교하면 오히려 SUV인 스포티지의 가격이 더 싸다.가장 저렴한 모델의 경우 쏘나타가 ‘N20 기본형’으로 1,659만원(수동변속기)인 반면 스포티지는 ‘2W LX 고급형’으로 1,472만원이다.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모델도 쏘나타는 ‘N20 프리미어 기본형’으로 2,060만원(자동변속기)인 데 비해 스포티지는 ‘2W TLX 최고급형’으로 1,935만원이다. 최고가 모델은 소나타가 F24S 럭셔리 모델로 2,575만원, 스포티지는 2,365만원이다.
여기에 고유가의 영향으로 SUV의 경제성도 부각되고 있다. 쏘나타 2.0 VVT의 경우 연비가 리터당 10.7㎞(오토매틱 기준)인 반면 스포티지 2.0 CRDi(2WD)는 연비가 리터당 13.0㎞나 된다. 12일 현재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391.19원이고 경유 가격이 968.76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 동안 1만5,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쏘나타가 195만원의 유류비가 드는 반면 스포티지는 112만원도 안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SUV는 승용차보다 운전석 위치가 높아 시야가 넓고, 더 멀리 볼 수 있다.때문에 한번 SUV를 타면 다시 눈높이가 낮아지는 승용차로 가기가 쉽지 않다. 시장에서 갈수록 SUV의 비중이 커지면서 승용차 운전자가 도심을 운전할 때 자꾸 시야가 가려져 답답할 때가 많은 것도 SUV 비중 증가의 한 배경이다.
그러나 SUV는 차고가 높은 만큼 흔들림이 더 한 것도 사실이다. 승용차에 익숙한 운전자의 경우 SUV 운전시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특히 안전도 면에선 차고가 높은 것이 약점이다. 제한속도만 잘 지키면 전복 우려는 없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승용차보다는 SUV의 사고 가능성이 크다.
승차감을 자동차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두 말 할 나위 없이 승용차를 선택해야 한다. 또 SUV 차량이 대부분 운전석 위주로 제작돼 뒷좌석이 다소 부실한 반면 승용차는 뒷좌석이 더 편안하다.
정숙성에서도 승용차가 우위를 보인다. 특히 쏘나타의 경우 설계 단계부터 정숙성을 최우선으로 해 개발돼 시동이 걸려 있어도 시동이 걸려 있는 지 모를 정도이다.주행시 엔진 소음 면에서도 수입차에 견줘 뒤지지 않는다. 반면 대부분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SUV는 정숙성에서는 승용차와 비교할 수가 없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의 성능과 힘도 쏘나타와 스포티지를 비교한다면 승용차가 낫다. 쏘나타의 경우 현대차가 개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로부터 기술이전료로 5,700만달러(740억원)를 받은 ‘쎄타엔진’이 탑재됐다. 출력도 144마력(2,000㏄)이나 돼 커먼레일디젤엔진을 사용한 스포티지의 최고 출력 115마력보다 훨씬 높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UV의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승용차와 SUV중 어느 차종이 더 낫다고 말하긴 힘들다”며 “어떤 기준에 가중치를 더 주고 무슨 용도로 사용할 것이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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