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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근 농협중앙회장, "농협도 이젠 변해야 할때 부실 단위조합 문닫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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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근 농협중앙회장, "농협도 이젠 변해야 할때 부실 단위조합 문닫을 것"

입력
200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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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성(姓)씨를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게 농협 개혁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정말 농협이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지난 5월 선거를 통해 회장에 재선된 정대근(鄭大根ㆍ60)농협중앙회장이 최근 ‘새농촌새농협’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농협의 개혁을 선언했다.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단위조직은 모두 퇴출시키겠다고 다짐했다.그 자신부터가 단위조합장 출신(8번연임)이고, 전국 조합장이 바로 자신을 뽑은 선거권자인 현실에서 과연 그가 어떻게 개혁을 추진해갈지 주목된다. 17일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사무실에서 그 구상을 들어봤다.

-조합장 출신 회장이 농협의 뿌리를 뒤흔드는 개혁을 추진하려는 배경은.

“농업ㆍ농촌 환경이 급변하는데도 농협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안팎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1960년 창립 이래 고리채 정리 등 농협이 농촌발전에 기여한 바는 지대하다고 자부하지만, 이제는 달라진 현실,새로운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어떻게 변하겠다는 것인가.

“부실조합 정리부터 시작하겠다. 중앙회에 경영진단국을 만들어 일선조합 1,326개 전부에 대해 철저한 경영진단을 실시, 기준에 미달하는 조직은 과감하게 정비하겠다. 지금 조합장 대부분은 선거에서 나를 뽑아준 분들이지만, 농협의 미래를 위해 내 살을 깎는 심정으로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다.”

-부실농협 정리 기준은 무엇인가.

“농민에게, 조합원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조직인가를 가장 중시하겠다. 1998년 프랑스 농협에서 대성공을 거둔 ‘사회성 평가지표’를 도입, 수익성 위주의 현행 평가와는 별도로 내년부터는 단위조합의 지역사회 공헌도를 측정할 계획이다. 농민들이 농협을 가족보다 소중히 생각하도록 조직을 바꿔 나가는 게 개혁의 목표다.”

-일선 조직의 기능도 크게 바꿀 생각인가.

“농협은 농어촌 자녀 학자금 융자의 70%가 농협을 통해 이뤄질 정도로 농민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조직의 역량을 더욱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유통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 농민과 도시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기능을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농지매매와 임대차를 지원하는 사실상의 ‘농지은행’ 기능을 농협이 주도하는 방안도 연구중이다. ”

-농협 개혁이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농협법 개정안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대체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일부 문제점이 있으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농협 의견이 적극 반영되도록 할 것이다.”

-개정안에 대해 농협이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4년으로 명문화한 농협 전문직 이사의 임기는 2년으로 단축해야 한다. 회장과 전문직 이사의 임기가 4년으로 같으면 이사능력을 검증할 수가 없다. 누가 임기가 같은 조합장 말을 듣겠는가. 조합장 연임을 2번으로 제한한 것도 삭제해야 한다.”

-연임 제한이 없으면 특정인이 조합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이냐. 절대 그렇지 않다. 현재 일선 단위조합장 중 2선이 안 되는 조합장이 과반수가 넘는다. 나도 고향(경남 밀양)에서 8번이나 조합장을 지냈지만, 잠깐 실수하면 조합원들이 가차없이 바꾸는 게 요즘 세태이다. ‘1구역 1지역조합’ 규정 삭제 방침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재논의 돼야 한다.”

-정부가 신용과 경제사업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두 부문을 분리하려는 정부 방침에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리가 이뤄지려면 신용사업에서 얻은 수익으로 경제사업(농민 지원사업)을 지원하던 시스템이 계속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6조원 가량을 지원해야 한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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