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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해와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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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해와 고정관념

입력
200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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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국민의 이목을 붙잡았던 북한의 ‘폭발’이 완전한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9월9일을 전후해 북한에서는 현장이 공개된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소규모 발파작업을 빼고는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 어떤 폭발도 없었다. 이를 놓고 벌어진 소동은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다. 그릇된 전제에서 출발한 추측이 수많은 후속 추측을 양산하며 자기확대를 거듭했으니 온갖 피해야 할 요소를 총망라한 헛소동이었다.■애초에 ‘거대 폭발’ 보도의 근거는 취약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한, 버섯구름 비슷한 구름을 찍은 위성사진. 비슷한 시기에 국내 지진계가 포착된 북한 지역의 지진파. 이 두 가지가 꽤 오래 전부터 떠돈 ‘10월 위기설’과 맞물렸다. 북한이 ‘건국기념일’인 9월9일을 전후해 핵실험이나 대륙간 탄도탄 발사 실험을 하고, 이를 이유로 10월에 미국이 대북 공격에 나서리라는, 시기만 다르게 수없이 거론된 시나리오의 하나다. 하기야 세계적 권위지라는 뉴욕타임스까지 은근히 집착하고 있었음을 드러냈으니….

■애초에 9월9일을 전후해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는 특별한 관심만 아니었어도 무리한 추측은 불가능했다. ‘버섯구름’이 진짜라면 핵실험의 증거인 크립톤이 포착됐어야 했다. 핵실험급 대규모 폭발이라도 그에 따른 지진파는 발생하게 마련인데 국내에서 잡은 지진동의 발생 시각과 위치는 ‘버섯구름’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도 북한의 공식적인 발파작업 설명이 나온 후에도 ‘버섯구름’이 나타난 지역의 위성사진 촬영에 골몰하고, 심지어 그 흐릿한 사진에서 폭발 흔적을 찾아내는 전문가까지 있었다.

■고정관념에서 비롯한 착각은 이런 소동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야단법석도 예외가 아니다. 보수ㆍ진보 갈등이 나라를 쪼갤 듯하지만 양쪽 주도세력은 정말 그렇게 사회경제적 기반이 다른 것일까. 같은 아파트에 살거나, 대부분 서민들이 부러워할 만한 생활을 누리면서, 서로 다 알 만한 사람들끼리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런 실익 없이 이쪽 저쪽으로 갈라져 몰려다니느라 피곤하기만 한 국민을 끊임없이 현혹시키는 이 부조리극의 막도 갈등구도의 기본 전제를 의심하는 국민에 의해서만 내려질 수 있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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