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담배피는 아이들 부모한테 배운다/본보 후원 '체7차 亞太금연대회' 결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담배피는 아이들 부모한테 배운다/본보 후원 '체7차 亞太금연대회' 결산

입력
2004.09.20 00:00
0 0

15~18일 경주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 태평양 금연대회에서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흡연이 중요 주제로 다루어졌다. 금연 전문가들은 미래의 흡연자를 줄이려면, 이제 청소년 흡연방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호기심이 많고 유혹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들이 아예 담배를 배우지않도록, 또 시작했다면 빨리 끊을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2000년 실시된 전세계 청소년 담배 연구에 따르면 중학생 4명중 1명이 흡연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특히 흡연학생 5명중 1명은 10세 이전에 첫 흡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 전문가들은 10대에 흡연을 경험했던 사람의 약 절반이 평생 흡연자로 남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유유상종'보다 더 강력한 '부전자전'

대만 국립보건연구소 치팡웬 박사는 청소년 흡연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성인 흡연이 우선 규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흡연을 하는 경우, 청소년 흡연 가능성은 2~4배까지 증가했다는 것이다.

치팡웬 박사는 “또래 친구와 부모 중 어떤 요소가 흡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나 조사한 결과, 부모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며 “친구들로부터 흡연을 함께 하자는 압력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소년 흡연문제에 관한 한 ‘끼리끼리 모인다’(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는 속담보다 부전자전’(Like father, like son)이란 속담이 더욱 유효하다”며 “친구는 흡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로 얻어진 선택적 관계”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경우 부모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치팡웬 박사는 “미국과 비교해 아시아의 부모는 더 권위적이고, 자녀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면서 “비흡연 가정에서 성장한 청소년은 흡연 제한이 없는 가정에서 성장한 청소년보다 흡연 가능성이 훨씬 낮았다”고 말했다.

박명윤 한국 청소년 연구소 이사장은 “TV 영화 드라마에서 청소년의 우상이 되고 있는 연예인들의 공공연한 흡연장면도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 일찍 시작할수록 건강에 해롭다

흡연 시작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메리 아순타 말레이지아 국제담배규제 홍보관은 “아직 신체적으로 덜 성숙한 어린 나이의 흡연은 불리한 상태로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성인이 돼서도 이러한 불리한 조건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담배를 끊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간접흡연이 유아나 어린이에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부모의 자녀들은 천식 기관지염 만성중이염 등으로 고통받는 비율이 훨씬 높다. 또 흡연은 건강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청소년 비행과도 연결된다.

- 담배시장 개방이후 악영향 심각

특히 외국담배에 대한 아시아의 시장 개방은 청소년 흡연 상승에 직격탄을 퍼부었다. 대만 청소년의 경우 1980년대 초반만 해도 흡연률이 높지 않았는데, 수입 담배회사들의 홍보전략에 말려 청소년 흡연율이 급증했다. 대만은 전체 담배 소비중 외국담배 시장 점유율이 48%(2000년 통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청소년들도 3명중 1명은 수입담배를 찾는다는 것.

일본에서도 시장개방 이후 17세 이하 청소년의 흡연율이 1990년 26%에서 1996년 40%로 증가했다. 특히 여성 청소년의 경우 5%에서 15%로 무려 3배나 증가했다. ‘씹는 담배’의 증가도 청소년 흡연 문제에서 예상치 못했던 결과이다.

1990년 담배시장을 개방한 태국은 청소년의 흡연률이 88~91년 사이 남학생은 22%, 여학생은 75%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역시 수입개방 1년동안 10대 청소년의 흡연률은 18%에서 30%로 증가했다. 다행히 외국담배 시장 점유율은 한국에서는 그리 높지 않아, 2000년 현재 9%에 머물고 있다.

- 담배회사의 청소년 금연 캠페인의 효과?

주요 담배 회사들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는 청소년 금연 캠페인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필립모리스, BAT 등 담배회사들은 최근 130개 국에서 청소년 흡연방지 홍보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소비하고 있으며, 회사 내에 청소년 흡연 방지부까지 설립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에서 아시아 담배규제 자문협회를 이끌고 있는 주디스 메케이 세계보건기구 자문관은 “ 담배회사는 ‘청소년은 담배를 피지마라, 담배는 어른들만 필 수 있다’는 문구로 흡연은 매력적인 성인의 행동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빨리 성숙하고픈 열망에 가득찬 청소년에게 담배에 대한 호기심만 더 자극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담배를 판매하려는 가식적 전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금연정책에 활용하겠다며, 대대적인 청소년 흡연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는 담배판매 전략수립을 위한 정보 수집차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일순 한국금연운동협회 회장은 “담배회사의 청소년 금연 캠페인은 결코 청소년의 흡연 규제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 흡연률 감소엔 담뱃값 인상 가장 효과적

청소년 흡연률을 줄이려면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호주머니가 가벼운 청소년에게 가격인상은 구매욕구 위축으로 나타난다는 것. 치팡웬 박사는 “청소년 흡연률을 감소시키려면 현재 담뱃값을 4~6배 인상할 필요가 있다”면서 “안타깝게도 대만은 현재 세계에서 담배 가격이 가장 낮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건강증진위원회 천치엥 박사는 “18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담배 판매 및 제공이 금지돼야 하며, 담배 흡연 및 소지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에서는 11월 3일부터 두 번 연속 흡연 위반을 한 젊은이들은 의무적으로 금연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정했다. 또 24시간 전화상담이 가능한 ‘금연전화’를 가동하고 있고, 혼자 힘으로 금연을 해보려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금연도전 클럽’을 6월부터 실시 중이다. “

맹광호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청소년보호위원회 약물분과 위원장)는 "담배는 중독성이 강해 한번 피우기 시작하면 끊기 어려우므로, 청소년들이 아예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