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함께 대중적으로 관심을 끌만한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이 서울을 찾는다. 20세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독일 비트라나, 프랑스 리네로제, 이탈리아 데살토 등 세계적 가구업체와 손잡고 맹활약중인 디자이너 아릭 레비가 청담동 화랑가에 작품전을 마련했다. 대중이 소화하기 쉬운 팝아트, 가구디자인이라는 점에서 한번쯤 발걸음 해 볼만 전시들이다.쥴리아나갤러리가 마련한‘앤디 워홀의 예술신화’는 국내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그의 작품전이다. 앤디 워홀(1928~1987)의 자화상 연작과 영화배우제인 폰다, 화가 장 미셀 바스키아의 사진 등 폴라로이드 초상 사진 12점과 실크스크린 작업 13점을 미국 앤디 워홀 재단으로부터 들여왔다. 워홀은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대중스타나 코카콜라 병, 캠벨수프 캔 같은 상품 등 일상에서 흔히 부딪히는 대중적 이미지를 작품 속에 끌어들여 미술의 대중화를 모색한 작가.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자화상 연작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의 모습이다. 검은 바탕에 인위적인 은빛 염색 가발 머리로 마치 관객을 응시하는 것 같은 그의 자화상 연작을 두고 평론가 로버트 로젠블럼은 죽음을 예고하는 유언을 읽어낸다.“70년대 이후 워홀의 자화상에는 삶과 죽음이 조심스럽게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이 작품들처럼 스스로의 이미지를 소멸과 절망의 극으로 몰고 간 적은 없었다”고 했다.
실크스크린 작품으로는 독일 출신의 현대 개념미술의 창시자 조셉 보이스, 덴마크의 마거릿 2세 여왕, 에드워드 케네디 등이 나온다. 제인 폰다의 초상은 폴라로이드, 실크스크린 양쪽에서 감상할 수 있다. 10월 24일까지. (02)514-4266
이스라엘 출신의 디자이너 아릭 레비(41)의 디자인전 ‘사랑이 중요하다(Love-Counts)’는 10월6일까지 박여숙화랑에서 열린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그는 지난해 카르티에 본사 인테리어 작업 등으로 호평을 받았고, 독일 미술전문 출판사 타셴으로부터 21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도 선정된 바 있다. 신소재와 신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일상에 적용한 디자인으로‘테크노 시인’이란 수식어도 붙는다.
대표작‘아릭 소파’를 비롯한 조명작품들, 17분짜리 DVD영상‘포옹’등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등받이와 앉는 부분을 분리해 침대 겸 소파로 쓸 수 있는‘아릭 소파’나 매듭 엮듯 전선을 엮은 조명 ‘탯줄(umbilical)’, 플라스크 속에 꼽은 막대를 통해 빛이 나오는 ‘연금술(alchemy)’등은 단순하면서도 실험적인 디자인이다.“사람을 디자인할 수는 없지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도록 디자인하고 싶다”는 레비는“실용성과 정서성 중 고객이 원하는 대로 수용해 디자인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단순함에 중점을 둔다”는 디자인론을 폈다. 전시제목과 관련해 작가는“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I love it’이라고 표현하듯, 사랑이 소비를 이끌기도한다”고 설명했다. (02)549-7574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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