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갑작스럽게'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원칙'을 발표한 것은 핵물질 실험으로 야기된 국제적 '핵 신인도' 하락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추가사찰단 조사활동에 이어 정식의제로 논의되는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까지 남아있어 이번 사안은 여전히 '잠재적 폭발성'을 갖고있다.정부는 최근의 사태를 처음 안이하게 인식하다 뒤늦게야 심각하게 바라본 게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 11월 이사회에서 핵안전조치 위반이나 불이행의 판정을 받아 유엔 안보리 회부 등의 불명예 조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핵물질 실험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증폭된 의혹으로 국가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고까지 말했다. 정부는 핵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원자력연구소를 상대로 한 대대적인 감사 등의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용일 뿐이며 대외적으로 핵 신인도를 회복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정부합동의 이벤트성 선언을 내놓았다는 해석이다. 4원칙은 핵의혹의 불길을 차단하기 위해 긴급히 동원된 '특급소방수'인 셈이다.
11월 차기 이사회를 앞둔 정부의 가장 큰 걱정은 새로운 핵실험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다. 추가 핵물질 실험이 포착된다면 그 동안 IAEA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핵개발 의도와 상관없는 순수한 학문적 실험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했던 해명은 물거품이 되고 핵투명성은 곤두박질 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9일 도착한 사찰단은 극미량의 핵물질 이동도 잡아낼 수 있는 최첨단 장비를 갖춰 정부의 걱정은 태산같다. 이런 점으로 미뤄 정부는 비핵화선언을 하기 전에 더 이상의 추가실험이 없다는 확인작업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위해 원자력연구소 과학자들을 상대로 일일이 확인서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발표한 원칙은 4가지지만 골격은 비핵화의 원칙과 핵의 평화적 이용 확대 등 2가지로 압축된다. 비핵화 원칙은 1991년 발표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당시는 주로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핵의 평화적 이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이번 선언이 평화적 핵활동과 관련한 핵주권을 선언한 것으로까지 해석되고 있지만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의 핵 의혹으로 평화적인 핵 활동까지 의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4원칙은 핵주권에서 한치의 진전도 없는 기존 정부 정책의 종합정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일고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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