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정부가 경제살리기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던 '노사정 대타협'이 당정간 엇박자로 첫발도 내딛기 전에 사실상 무산됐다. 특히 최근 파견근로법 개정안이 당정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발표되는 등 당정간 불협화음으로 여권 스스로 노사정대타협을 좌초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과거청산과 경제살리기를 병행추진한다는 여권의 정국 운영의 목표도 크게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열린우리당 내 노사정 대타협 추진위원회가 최근 의욕적으로 마련했던 노동계와 경영계와의 대화가 잇따라 물 건너 가고 말았다. 노동시장 개혁방안과 관련, 13일에는 노동계, 16일에는 경영계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근로자 파견제를 둘러싼 노동계의 반발로 모두 취소되고 만 것. 급기야 16일에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 10여명이 열린우리당의 당의장실을 점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추진위 관계자는 "파견 근로법 개정안 등으로 노동계가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모든 게 꼬였다"며 "당분간 활동이 어려울 것 같다"며 당혹해했다. 노사정 대타협 추진위는 친일진상규명 등 과거사 청산에만 여권이 매진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경제살리기도 병행 추진한다는 목표 하에 지난달 말에 출범한 기구. 네덜란드식 노사 대타협을 이끌겠다는 등의 거창한 구호를 내세운 지 보름만에 활동 한 번 제대로 못하고 공전에 빠진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노사정 관계 악화가 여권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것. 노동부가 10일 입법예고한 파견근로법 개정안은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파견근로의 업종 자체를 대폭 확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태였다. 언론이 9일 미리 개정안을 보도하면서 실제로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어져 당정협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노동부는 당정협의 없이 개정안을 공식 발표하는 과감함을 보였고, 우리당은 뒤늦게 노동계의 의견을 듣는다며 16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뒷북을 치다가 당 의장실까지 점거당했다.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한다는 당정이 노동계의 반발이 충분히 예견된 법안을 당정협의는 물론, 노동계와의 사전 협의와 설득도 없이 추진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격이다.
당정간에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낼 전반적인 콘트롤 타워가 없어 노사정 대타협 추진이 애초부터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내에만 해도 노사 문제와 관련해 노사정 대타협 추진위, 당 노동위원회, 원내 정책위 산하의 노동위 등으로 역할이 중복되거나 엇갈려 있는 상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국보법 안정적 개정을 위한 모임→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우 "안개모" 이름 바꾸고 勢확장 모색
여당내 중도개혁파를 자처해온 '국보법의 안정적 개정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발언으로 촉발된 와해위기를 딛고 재출범을 모색하고 있다. 안개모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16명이 모여 당내 다수인 폐지론자에 맞서 국보법 폐지반대 및 개정을 주장하는 등 독자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안개모는 이달초 노 대통령의 폐지발언을 계기로 강경파로부터 보수주의자로 몰리면서 모임 참석의원이 7∼8명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모임 간사격인 안영근 의원은 19일 "국보법 폐지로 당론이 결정나면서 세 위축을 겪긴 했지만 역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며 "이 기회에 오히려 모임을 확대 개편해 당이 한쪽으로 치우치지않도록 합리적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 학계, 재계 출신 등 30명 안팎의 의원을 모아 내달 중 출범식을 할 생각"이라며 "명칭을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으로 바꾸고 대표도 뽑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안개모는 이를 위해 1차로 국보법 폐지 이후 형법보완이 아닌 특별법 형태의 대체입법을 만드는 안을 관철, 입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안 의원과 유재건·조배숙·조성태·안병엽·이계안 등은 지난 15일 비공개 모임을 갖고 "국보법 폐지 대신 형법을 보완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안보불안우려를 해소하기 힘들다"며 대체입법을 거듭 결의했다. 때마침 당 지도부도 여론의 거센 반발을 거론하며 대체입법에 무게를 두기 시작해 주목된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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