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20일부터 연세대 고려대 등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시내 6개 대학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하면서 당초 23일로 예정된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선안'확정 발표가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 이로 인해 새 대입안이 적용되는 현 중 3은 특수목적고 진학 등 진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전형을 앞둔 2학기 수시모집 응시자들의 불안도 커져 대입 전반에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전망이다.교육부 관계자는 19일 "고교등급제 논란이 확산되고 있고 관련 대학을 실사키로 한 상황에서 새 대입안을 발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대학 조사 결과가 이달 하순 나오고 내년도 특목고 전형이 11월1일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대입안 확정은 일러야 10월 중순께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대입안 발표 연기가 확실시되면서 '첫 적용자'이기도 한 현재 중 3은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특목고 지망생들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 입시안이 특목고에 대해 설치학과 이외의 별도 과정 개설을 금지하면서 동일계 특별전형을 도입, 대입 내신전형에서 불리하지만 고교등급제 실사 결과에 따라서는 내용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2학기 수시에 응시한 수험생들도 고교등급제 유탄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대학 조사에서 지원 대학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엉뚱한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에 지원한 딸(18·서울 강남 A고 3년)을 둔 송모(46)씨는 "예년 기준에 따르면 딸이 수시에 충분히 합격할 실력을 갖췄지만 이번 조사로 강남이 역차별을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한편 이번에 조사를 받는 6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이날 긴급회동을 갖고 "고교등급제를 구상한 적도, 시행한 적도 없다"며 "교육부가 정한 테두리 내에서 학생선발권이 보장돼야 하고 이에 대한 침해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대학 조사를 요구해 온 전국교직원노조 송원재 대변인은 "고교 차별에 대한 사례가 추가로 접수되고 있어 교육부측이 '고교등급제는 없다'는 결론을 내려도 여론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