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회는 생산된 물건의 노예가 돼버린 소비주의, 좋은 것만 찾으려는 쾌락주의, 소외된 사람을 잊어버리게 하는 개인주의가 팽배합니다. 이러한 부정적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하느님 말씀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살레시오 근로청소년회관 야외광장. 따가운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파스칼 차베스(57) 성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수도회(이하 살레시오회) 총장이 한국의 살레시오 가족 앞에서 ‘살레시오의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강론을 했다. 살레시오회 한국진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미사 ‘한국 살레시오 50년, 돈보스꼬 이땅에’의 마지막 순서였다.
멕시코 출신인 차베스 총장은 19세기 살레시오회를 창설, ‘교육의 대가이자 청소년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이탈리아 신부 돈보스코(1815~1888) 9대 후계자. 2003년 로마에서 열린 총회에서 비(非)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총장에 취임했다. 1854년 이탈리아 산업화와 함께 생겨난 불우 청소년들을 돌보는 데서 출발한 살레시오회는 예수회, 프란치스코회, 베네딕도회 등에 이은 주요 수도회로 전세계에서 가난한 청소년교육과 구제사업을 하고 있다.
차베스 총장은 이날 세계화와 청소년 교육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세계화가 소수민족을 말살하고 특정한 국가 중심으로 동일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경제성장 위에 사람의 얼굴을 새겨야 한다는 교황님의 말씀에 따라 평화, 연대의식,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50년 전에 비해 엄청난 기술과 자원을 가진 부국으로 발돋움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모두가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미사를 집전한 정진석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였을 당시에 한국 청소년들을 보살펴주고 이끌어온 살레시오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도와줄 차례”라고 말했다. 살레시오회는 창립된 지 정확히 100년 후인 1954년 처음으로 한국에 전파됐다. 당시 광주대교구장인 헨리 대주교가 살레시오회에 신부파견을 요청해 이탈리아인 마르텔리 신부가 처음으로 온 것.
서울 영등포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근로 청소년들을 위한 기숙사와 신학원으로 출발, 현재는 수사 신부 100여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1만5,0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할 만큼 성장했다. 결손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그룹홈 ‘나눔의 집’을 비롯해, 청소년 교정(矯正)시설과, 서울 고덕동의 서울시립 서울종합직업전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999년에는 한국이 정식관구로 승격됐고 2002년 6월에는 한국인 황명덕 신부가 2대관구장으로 임명됐다. 세계적으로 살레시오회는 128개국에 1만6,000여명의 신부와, 2만 여 명의 수녀가 활동하고 있다.
차베스 총장은 20일 서울 신월동 살레시오 학생교육관에 ‘살레시오의 미래’를 주제로 한 차례 더 강연을 한 후 21일 로마로 돌아간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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